업무에는 최선을, 사람에는 인정을 다해
한병종 / 전 영광읍장
2009-10-29 영광21
띄엄띄엄 달린 잎 사이로 무게를 겨우 지탱하고 있는 모과가 가을의 정취를 흠씬 풍기는 마당을 지나 만난 한병종(82)씨. 백발이 성성했지만 80세를 넘긴 어른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정정한 모습이었다. 평생 그의 내조로 힘겨웠을 아내와 병원을 다녀온 모습에 황혼의 여유로움이 행복하게 깃들어 있었다.
“80이 넘은 노인이 뭐 내세울 것이 있다고 이렇게 찾아와”라며 어색함을 비추는 한 씨는 1957년 영광군청에 입문해 새마을운동이 한창 진행되던 1973년 3월부터 군사정권이 절정이던 1983년 7월까지 10년 4개월간 영광읍 4대 읍장을 지냈다.
영광읍 우평리가 고향인 한 씨는 읍내출신들만의 등용됐던 관례를 깨고 외촌에서 읍장으로 발탁돼 관심과 집중을 받았다. 주변에서 “얼마 못갈 것”이라는 편견과 비판이 거셌지만 그는 꿋꿋이 읍정을 펼치며 성과를 드높이는 업적을 남겨 영광읍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매사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추진력이 넘쳤던 한 씨는 읍장을 지내며 많은 사업을 이뤄냈지만 그중에서도 영광읍 와룡리에서 법성과 고창지역을 잇는 반와교준공은 주민들의 불편해소와 마을발전에 지대한 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한 공직을 퇴임한후 한 씨는 해룡중·고교 서무과장을 1년간 지낸후 백수우체국을 인수해 우체국장을 지내다 1998년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한 씨는 현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청주한씨 중앙종친회 이사·영광종친회장을 비롯해 임진수정사적보존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도 종친회와 임진수정사적보존회 임원을 맡아 후손으로서의 활동에 나무람이 없다.
공무원시절부터 우체국장을 지내면서 영광군수상, 전남도지사상, 내무부장관상, 대통령표창, 정보통신부장관상, 청백리자랑스러운 공무원상, 국방부장관상 등 다수의 표창을 수상한 한 씨는 지난 2002년 영광읍민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함께 했던 직원들은 “읍장님께서는 일에서 만큼은 엄격했지만 일을 벗어났을 때는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챙기는 정이 많은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당시 업무수행을 하며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직분에 충실하고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후배공직자들에게 당부하는 한 씨.
그는 과거 술 좋아하고 급한 성격 탓에 자전거로만 통근할 수밖에 없었던 괴팍함(?)이 있었지만 그에겐 사람 좋아하는 인정이 곱게 감춰져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