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과 아름다운 절경 산행의 맛과 멋 흠뻑 취하게 해②

등반 성공의 신화 이루는 안나푸르나 정상 향해 15일 이상 걸리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

2009-11-07     영광21
■ 영광산악인들의 네팔 안나푸르나(4,310m) 트레킹

·기 간
▷ 2009년 10월5일~ 10월12일
·인 원
▷ 김성운, 이정재, 박주경(정주산악회)
·경 비
▷ 159만원(여행사 지불금액)
·여행사
▷ 유피여행사


안나푸르나는 네팔 중북부에 자리잡은 히말라야 산맥의 산지다. 칼리간다크 강 유역과 마르시안디 강 유역 사이의 48㎞에 걸쳐서 능선을 이루고 있다. 4개의 주요봉우리들 가운데 안나푸르나 제1봉(8,091m)과 제2봉(7,937m)이 각각 산지의 서쪽 끝과 동쪽 끝에 자리잡고 있으며, 제3봉(7,555m)과 제4봉(7,525m)이 그 사이에 위치한다. 안나푸르나 제1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가운데 하나이다. 이 산을 영광군등산연합회 김성운 회장과 정주산악회 이정재 박주경 회원이 10월5일부터 12일 사이 6일동안 총 42시간에 걸친 산행을 진행했다.
2회에 걸쳐 연재할 김성운 회장의 산행기를 통해 안나푸르나봉을 느껴보자./ 편집자 주

30분 가량 떨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광주에 사시는 안규춘 선배가 몹시 지친 모습으로 내 짐을 지고 오는 포터와 함께 도착한다. 올해 나이 63세로 일행중 가장 고참이다.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해 지금은 광주에서 죽산경로복지원을 경영하며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즐겨 한다고 한다.

일부러 이곳의 우기를 피해서 왔는데 이곳까지 와서 비 때문에 좋은 구경을 못하고 간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7시30분 숙소를 나서서 한참을 오르는데 한글 간판이 확 눈에 들어온다. <어서오십시오! 여기에서 한국 음식을 팝니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 간판, 한국 자동차, 한국 상품을 보면 나만이 기쁜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 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뿌듯함과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히말라야는 세계의 지붕답게 세계각지에서 온 많은 탐방객들로 붐빈다. 네팔 정부가 살아 길 길은 관광자원을 잘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 모든 사람이 즐겨 찾는 이곳에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우리나라 사람 같아서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우리말로 “아니에요, 일본사람이에요”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을 외국인한테 들으니 기분이 좋다. 마차푸차례봉(6,993m)과 하얀 설산들이 더욱 가까이 눈에 들어오고 주변 경관에 연신 사진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누군가 “안녕하세요”한다.
한국 사람을 처음 만났다. 처음으로 한국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기념촬영을 했다. 희말라야 롯지에서 또 다른 한국인 일행을 만났다. 배낭여행을 하는 친구들이다. 몇개월째 여행을 하며 인도에서 셋이 만나 별 준비도 없이 등산화와 침낭만 빌려가지고 왔단다.
26세, 27세, 37세 좋은 나이다. 그리고 대단하다. 저렇게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는 능력과 자신감이 부럽다.

희말라야 롯지를 지나 데우라리에서 점심을 먹고 비교적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르는 길은 점점 고도(3,000m)가 높아지면서 천혜의 풍광이 우리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이렇게 높은 산에 저런 계곡이 있다니… 아니, 계곡이 아니라 강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이 강물이 흘러 흘러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유입이 된다고 한다. 마치 흐르는 물줄기가 우리나라에서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나 흐르는 강물처럼 느껴진다.

우거진 숲길을 지나 너덜지대를 통과하는데 커다란 폭포수가 우릴 반겨준다. 장관이다. 이런 높은 산에 어디서 이런 물줄기가 쏟아지는지 알 수가 없다. 바로 옆 돌탑에서 이정재, 박주경님이 소원을 빌어본다. 다시 강물을 따라 섭다리를 건너고 양들이 노니는 목장길을 지나니 오늘의 숙소인 MBC(마차푸차례봉 베이스 캠프의 약자)에 도착해 그간 힘들었던 순간을 보상받는 듯 힘찬 환호의 손을 뻗었다.

아! 이젠 이번 트레킹을 성공했다는 안도감으로 긴장이 풀린다. 오늘 저녁 여기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 일출을 보고 하산하면 되기 때문에 하산 길에 자신이 있는 나로서는 성공한 거나 다름이 없다.

5시50분, 드디어 마차푸차례봉의 마술이 시작된다. 하얀 봉우리가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야! 황금 덩어리 산이다.” 누군가 밑에서 조명을 쏴 주는 것 같다. 모두들 신비한 모습에 환호성을 지른다.

“바로 이거다!” 우리가 이걸 보기 위해서 그 고생길을 참으며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아닌감. 마차푸차례봉은 이곳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산으로 입산 허가도 내주지 않을 뿐더러 누구도 정상에 오른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한번이라도 이 산을 보면 평생 잊지 못하는 산이라고 하는데 나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황금 마차푸차례봉을 배경으로 모두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주위의 하얗게 물들은 연봉들이 조금 낮은 산의 검푸름과 대조를 이루며 하느님의 연출이 계속되는 순간 우리는 태극기와 정주산악회기를 흔들며 너무 기분이 좋아 어쩔 줄을 몰랐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우리 짐을 날라다 준 셀파들과 어울려 우리 노래와 네팔노래들을 번갈아 가며 강강술래도 하고 춤도 추었다. 곁들어 내 하모니카 반주에 ‘고향생각’도 부르고 ‘아리랑’도 불렀다. 정말 흥겹게 놀았다. 포터들도 참으로 좋아한다. 너나 나나 얼굴 색깔만 다르지 우리 모두 한 가족이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많은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는 가운데서 네팔인들과 친교의 시간이 보람되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산행 4일차. 보름달이 환하게 비춘다. 우리 일행을 달님도 환영해 주는 것 같다. 2시간 정도면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ABC에 도착한다.
아! 드디어 ABC에 도착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아니 이럴 수가! 어둠이 서서히 거치면서 설산의 거대한 파노라마가 시작된다. 우리 일행은 안나푸르나 1봉을 향해 엄숙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오은선의 마지막 14좌 입산을 허락해 달라고 기원했다.

안나푸르나여! 당신은 위대하십니다. 신비스럽습니다. 황홀지경입니다. 놀랍습니다. 안나푸르나여! 우리를 이렇게 좋은 날을 선택하시어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저 너머에 한국의 여성 등산가 오은선이 당신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으니 부디 선처하시어 세계 최초 여성 8,000m 이상급 14좌 완등을 허락해 주십시오.

찍고 또 찍었다. 돌아서서 또 찍었다. 동영상도 찍었다. 어쩜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하루정도 이곳에서 머물면서 이 황홀하고 위대한 대자연의 숨결과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내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또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이다. 아무나 올 수 없고 아무나 이런 날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에….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롯지로 들어갔다. 이미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도 정주산악회기에다 오은선의 14좌 여성최초 등정을 허락해 달라는 염원과 함께 김성운, 이정제, 박주경의 사인을 하고 벽면에 걸어 놓았다.

하산을 하기에 서운하기만 하다. 그래서 뒤돌아보며 또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면서 아쉬운 하산을 했다. 올라갈 땐 캄캄해서 보지 못했던 조그만 웅덩이 속에 설산이 비친다. 이거 좋은 작품이 되겠구나 하고 많은 사진을 찍었다.
오를 때는 몸이 지쳐서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내려갈 땐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이왕 내려가는 거 내 짐을 지고 가는 포터 솔갓트에게 아리랑 노래를 가르치기로 했다. 내가 선창하고 따라하라 했더니 잘 따라 한다. 수없이 반복해서 했더니 혼자서도 잘한다. 아리랑 노래 가사 뜻도 그림을 그려가며 아리랑 고개를 설명 해주고 ‘발병난다’ 부분은 손으로 발을 부러뜨리는 시늉을 하면서 가르쳐 주었더니 하산길 내내 혼자 잘 부른다.

이곳 산행은 한명당 한사람의 짐을 날라주는 포터가 있다. 돈은 주고 한다지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내 배낭에도 가득 담아 같이 산행을 했다. 우리는 간식과 반찬을 많이 가지고 갔기 때문에 짐이 더 많은 편이다.

1주일 동안 같이 동행하면서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 정도 밭는다고 한다. 그것도 경쟁이 심하다고 하니 우리나라 노무자가 얼마나 잘 벌고 있는지 실감이 간다.
간간이 쉴 수 있는 롯지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피어 있어 피로를 덜 느끼게 한다. 각국의 사람들과 서툰 영어와 손발을 통해 대화도 하고 깔깔대고 웃어본다. 중국 여자 두분이 의자에 쉬고 있어 인사를 하고 내가 평소 즐겨부르던 중국노래 첨밀밀의 ‘티엔미미’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따라 부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답례를 해준다.

해외여행때 꼭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 영어를 좀 더 해두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로는 해 보려고 노력도 해 보지만 자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 뿐이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했던 안나푸르나. 내가 왜 이런걸 해야 하는지 힘이 들때는 후회도 해보지만 다시 또 와보고 싶은 산이기에 다음에 또 산에 오르는 것이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에 있는 안나푸르나에 점을 찍었으니 다음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계획을 세우련다.
킬리만자로여! 기다려라! 내가 꼭 갈 것인게…

김 성 운 회장 / 영광군 등산연합회

< 트레킹 코스 일지 >
10월5일 - 인천공항 / 네팔 카트만두 / 포카라
10월6일 - 나아폴(1,070m) / 킴체 / 지누단다(1,780m) 산행 7시간
10월7일 - 지누단다 / 총롱 / 시누와 / 도반(2,600m) 산행 9시간
10월8일 - 도반 / 히말라야 / 데우라리/ MBC(3,700m) 산행 7시간
10월9일 - MBC / ABC(4,130m) / MBC / 데우라리 / 도반 / 뱀부(2,340m) 산행 8시간
10월10일 - 뱀부 / 시누아 / 촘롱 / 뉴브릿지 / 씨울레바잘 산행 9시간
10월11일 - 비레탄디 / 나야폴 / 포카라 / 카르만두 산행 2시간(총 42시간)
10월12일 - 인천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