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클래식 코스 천불동계곡

설악산 - 외설악의 가을

2009-11-12     영광21
설악산(1,707.9m) 천불동계곡은 감히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던 설악의 장소였다.
깎아지른 절벽과 폭포로 이어지는 깊디 깊은 계곡에 사람의 발길이 닿는 것은 불과 50여년전의 일이며 천불동계곡의 길이 열리기 전에는 설악산 대청봉을 가려면 비선대에서 마등령 오세암을 거쳐 가야동계곡을 거슬러 올라 봉정암에서 대청봉에 오를 수 있었다.
문닫이골 로드로 부르던 천불동계곡은 ‘삼대독자는 들여보내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험하기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철계단과 다리 등 안전시설이 잘돼 있어 인기있는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와선대 비선대
소공원에서 와선대 비선대까지는 수학여행 온 학생과 관광객, 신혼부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으로 붐비는 길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걷다보면 무명용사비를 지나 저항령 입구에 이른다. 이곳은 공룡릉에서 설악주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잘 보이는 지점이다. 신선이 누워서 낮잠자던 곳이 와선대라면 잠에서 깨어난 신선이 하늘로 올라간 곳이 비선대다. 신선이 된 기분으로 비선대에 이르면 누구나 두번 감탄한다.

비선대 천불동계곡
와선대를 지나 적벽과 장군봉이 버티고 선 비선대까지만 와도 보통사람들은 그만 천불동계곡의 위용에 압도되고 만다.
천불동계곡의 묘미는 지나온 길이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벽에서 절벽으로 이어지는 길을 오르다 걷다보면 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흥미진진하기만 한 곳이 천불동계곡의 묘미다. 귀면암을 지나 10분쯤 가면 경사가 급해진다. 귀면암 안부로 올라서는 길이다.

나무뿌리 돌부리가 들어난 오르막길 끄트머리에 발을 딛고 서면 늘 쉬어가는 이들이 많은 곳이며 노점상이 대목을 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귀면암의 뜻은 귀신의 얼굴형상을 한 바위라는 뜻이다. 계단을 따라 30분쯤 가면 철다리가 나오고 칠선골 상단에 50m 높이의 폭포가 있다. 칠선골 들머리 다리를 지나 10분쯤 더 가면 지계곡 용소골이다. 길은 90° 왼쪽으로 틀어 오련폭포로 이어진다.

와폭 다섯개가 이어진 오련폭포는 설악의 절정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단풍철에는 사진촬영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오련폭포 철다리를 지나 다음 두개의 철다리를 더 건넌 후 양폭산장에 이른다. 절벽으로 둘러쌓인 이곳은 겨울에 전국의 등산학교와 전문산악인들이 동계훈련 베이스캠프로 애용하는 천혜의 야영지다.

산장에서는 음료수와 커피, 라면 등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양폭산장을 지나 계곡은 둘로 갈라진다. 정면으로 보인 곳은 염주골로 이어지는 길이며 천불동계곡의 등산로는 수칙폭포인 양폭 옆으로 걸린 철계단을 따라 이어진다.

양폭산장에서 천당폭까지의 철다리 구간은 폭포감상의 포인트다. 가을단풍 겨울설경의 인기를 모으는 장소인 것. 천당폭 상단에 오르면 천불동계곡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수량도 점점 줄어들다가 죽음의 계곡 갈림길까지 이른다. 죽음의 계곡, 원래 이름은 ‘건폭골’이었으나 1969년 한국산악회 히말라야 원정대원 10명이 훈련도중 눈사태로 사망한 다음부터 계곡이름이 악명 높아졌다. 죽음의 계곡 들머리를 지나 팍팍하고 가파른 돌계단길이 무더미고개까지 이어진다.

무더미고개는 천불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의 분수령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내설악과 외설악을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상에 위치한 고개이기도 하다. 무더미고개 마루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공룡릉, 남쪽길은 희운각 대피소다.

< 산행 코스 >
▶ 소공원 ~ 비선대 ~ 귀면암 ~ 오련폭포 ~ 희운각 대피소 = 왕복코스 약 7시간30분 ~ 8시간 소요

김 종 일 / 서해산악회 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