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봉사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기쁨”

김성원 <재광영광군향우회원·가수>

2009-11-19     박은정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 산고곡심 무인처~ 수립비조 뭇새들이~ 농춘화답에 짝을지어~ 쌩긋쌩긋 날아든다~’
곧 시작될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인 김성원(51)씨. 곱게 화장한 얼굴로 공연단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한해두해 무대에 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지난 9일 전남지적장애인복지협회 영광군지부에서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장애인잔치한마당 공연을 위해 영광을 방문한 김 씨는 오랜만에 마주한 고향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백수읍 천마리에서 3남5녀중 넷째로 태어난 김 씨는 1981년 결혼해 고향을 떠나 광주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알토란같은 행복을 꿈꾸며 시작한 그의 결혼생활은 슬하에 2남을 두고 7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정리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김 씨는 어린자녀를 기르고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학창시절부터 넘쳤던 끼와 재주를 발휘하며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요보다는 민요를 더 즐겨 부르던 김 씨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민요가수로 명성을 날렸다.

한동안 인기를 누리며 전성기를 맞았던 김 씨는 두 아들이 중·고를 다니던 7~8년간은 뒷바라지를 위해 활동을 잠시 쉬어갔다고.
가수에 입문한 초창기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생업’이라는 굴레에 갇혀 체계적으로 배워나가지 못했던 김 씨는 최근 판소리, 창 등을 배우며 국악 삼매경에 빠져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라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열심히 익혀 멋진 판소리 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말하는 김 씨는 “고향을 찾아 주민들에게 즐거운 공연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실력을 쌓아 기회가 되면 고향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홀로 어렵게 키운 두 아들도 모두 장성해 어엿한 청년이 된 김 씨는 그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 각기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단체인 광주 빛고을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며 매월 노인복지회관, 요양원, 노인병원 등을 방문해 무료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오래전에는 먹고 살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갔지만 이젠 제가 좋아서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김 씨.

그는 민중속에 전승돼 온 민요를 목청껏 부르며 세상 사람들의 시름을 잠시 쉬어가게 하는 소리꾼으로 관중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다시 공연장으로 향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