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혼을 간직하고 있는 산
2009-11-19 영광21
고산의 남쪽 맑은 물은 대산천으로 흐르고 북쪽은 와탄천으로 흘러가다가 덕호리 부근에서 합류되어 법성포로 이어져 서해바다에 그 삶을 잡는다. 고산의 고자는 높을 고高자를 썼으며 말 그대로 고창 들녘에 높이 솟아 조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창 고산은 외지인들에게 속살을 내비치지 않는 산으로 수줍은 산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숫처녀와 같이 청명한 산으로 생각된다. 또한 고산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선사시대 지석묘(고인돌) 300여기와 후삼국시대에 축소된 것으로 알려진 고산산성이 있다. 문화유적보고서에는 이 산성 길이가 약 4.1㎞에 이른다고 전한다.
또 고산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지고 용추골 각시봉, 깃대봉 메바위 용두암, 거북바위 촛대봉, 치마바위 등 전설이 깃든 지명과 암봉들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또 천연복분자인 산딸기 평전과 개구리와 곤충의 낙원인 늪지대도 있어 산행의 하산길에 피로를 풀어주고 자연생태계의 보고서를 얻을 수도 있다.
이 글에서 산행은 제1코스인 석현마을에서 출발해 각시봉을 거쳐 정상을 지나 상금마을로 하산하기로 한다. 등산로는 육산으로 송림이 울창하며 300m고도에 올라서면 각시봉에 이른다.
각시봉을 넘으면 암봉과 산죽길이 어우러져 산행미를 더해주며 6부 능선상에는 고산산성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산산성이 시작된 깃대봉에 이르면 눈앞에 용두암이 기다린 듯 우뚝 서 있다. 용머리 형상의 바위를 밧줄을 타고 오르면 전망이 훌륭하다. 남쪽은 고성산, 월랑산, 태청산이 오라 손짓하고 뒤로는 고창의 평야가 바둑판처럼 놓여있다.
이곳에서 용추굴, 고인돌을 구경하고 상금리로 하산할 수도 있다. 산행은 이름도 생소한 ‘띠꾸리봉(나무짐을 메는 끈이라는 뜻)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띠꾸리봉도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띠꾸리봉을 넘어 제4봉인 촛대봉에 닿으면 옛날에 상금리 주민들이 나무를 하고 숯을 굽던 구덩이가 있다. 이곳부터 남쪽은 장성군이고 우측은 전북 고창군의 경계선이다. 여기서 가랫재나 상금리로 내려서는 하산길이며 정상은 0.6㎞ 고산산성을 따라 더 올라가야 한다. 이곳부터는 억새군락지이며 정상에 오르면 조망도 훌륭하다.
북쪽엔 옥녀봉이 삼감형으로 솟아있고 발 아래는 암치저수지와 성송초교로 내려서는 하산로가 있으며 옆으로 휘돌아보면 구황봉과 문수산이 얼굴을 내민다.
정상에는 고산의 표지석은 없고 표지석을 무속인들이 고산신령위鼓山神靈位란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표지석의 글은 이 산의 높을 고高가 아니고 북고鼓자를 써서 산이름을 왜곡시켜 놓았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반드시 행정기관이나 고창 산악인들이 힘을 모아 올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하산은 정상에서 촛대봉으로 되돌아와 천연복분자 단지를 거쳐 늪지를 구경하고 상금리마을로 내려서면 된다.
< 산행 코스 >
▶ 1코스 : 석현마을 ~ 각시봉 ~ 깃대봉 ~ 띠꾸리봉 ~ 촛대봉 ~ 정상 ~ 촛대봉 ~ 천연복분자단지 ~ 늪지 ~ 상금리 = 약 7㎞, 3시간 ~ 3시간30분 소요
▶ 2코스 : 성송초교 ~ 옥녀봉 ~ 정상 ~ 촛대봉 ~ 띠꾸리봉 ~ 깃대봉 ~ 각시봉 ~ 석현마을 = 7.5㎞, 약 4시간 소요
김 종 일 / 서해산악회 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