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로한 부모들만 남은 농촌, 자녀들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이장님! 이장님! 우리 이장님!
2009-12-17 박은정
마을 공동의 장이자 쉼터인 경로당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찾아온 추위를 녹이는 묘량면 삼학1리.
삼산 학동 왕촌 매삼마을이 모여 행정리를 형성한 삼학1리는 80가구에 1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5~6세대의 젊은 농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60~70대가 넘은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곳은 벼와 고추농사, 한우사육 등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특수작물재배가 없어 수확을 마친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휴식기간으로 여유롭다.
14년째 마을대표를 맡고 있는 오방식(53) 이장. 3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6,000여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오 이장도 농한기를 맞아 한가로워 보였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요즘은 경로당신축이 늘면서 자연마을단위로 경로당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4개 마을을 통틀어 ‘삼학경로당’ 한곳만 자리해 농한기 만남의 장소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귀하게 여기는 경로당 옆에는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전천후 게이트볼장이 자리해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오 이장은 “삼학1리는 4개의 자연마을 형태가 학의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며 “특히 지금은 폐교가 돼 덩그러니 건물만 남아있지만 묘량초등학교 터는 많은 학들이 귀소해 둥지를 틀로 알을 낳던 곳으로 예부터 명당으로 이름나 있다”고 마을유래를 설명했다.
행정관청에 부탁하고 싶은 것
오 이장은 “마을에 필요한 시설도 중요하지만 이장입장으로서 마을일을 함께 도와 추진하는 각 반장들에게도 행정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많은 금액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수당제를 만들어 활동하는 자부심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새로운 시책마련을 요구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젊은 시절 잠깐 직장생활을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고향에 남아 어르신들을 공경하며 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오 이장.
그는 14년째 이장을 맡고 있지만 2년에 한번 주민들의 신임여부를 물어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재임해 왔다.
“오랫동안 이장을 맡아와 혹여나 저에 대한 불만이나 그동안 소홀함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초에도 주민들의 의사를 여쭸다”는 오 이장.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주민들이 바라는 사항을 100% 만족시켜 드리지 못해 늘 죄송하다”며 “부족함이 많은 저를 늘 지지해 주고 마을에서 하고자 하는 일에 적극 협조해 주는 주민 여러분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고 마음을 밝혔다.
그는 또 “고령화 된 농촌은 홀로 남겨진 어르신들만이 쓸쓸히 지키고 있다”며 “각자의 일상으로 고향과 부모를 떠나 생활할 수밖에 없지만 여력이 되면 부모를 자주 찾아와 기쁨을 안겨주며 위안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장을 떠나 어르신들의 아들 입장에서 마을을 깊이 사랑하는 오 이장의 마음은 찬바람 부는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