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했지만 마음 따뜻한 어머니 같은 스승

조기주 / 홍농초 전 교사

2009-12-24     영광21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라는 노랫말처럼 세상을 살면서 사뭇사뭇 떠오르는 스승의 가르침은 감사하고, 그립고 그리고 배운 대로 잘 살지 못해 죄송하고….

1961년 교직에 입문해 41년간 몸담고 퇴직한 조기주(78)씨.
완도에서의 근무를 제외하고 영광초, 불갑초, 군서초, 군남초, 홍농초 등 영광지역에서만 37년간 근무한 그는 퇴임후에도 영광에 살고 있어 주변에 제자들이 많다.
영광읍에서 2남4녀중 셋째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공부를 잘했던 조 씨는 의대를 지망했지만 6·25로 부친을 잃고 19세 때 전라남도교사자격시험을 치러 합격해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전쟁 이후 가난하고 헐벗던 시절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 없는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교육은 물론 자상한 어머니의 정까지 전달한 조 씨는 엄했지만 마음 따뜻했던 스승으로 제자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학생들을 지도하며 학교에 머물렀던 시절이 참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라며 회고에 젖는 조 씨.

그는 “학생들의 기초학습에 중점을 두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으며 특히 핵심정리와 수학과 과학지도에 관심을 기울였다”며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해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 평가결과가 좋을 때,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아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던 일 등이 새삼 그립다”고 추억했다.

공무원을 생활을 하는 남편을 만나 슬하에 2남5녀의 자녀를 둔 조 씨는 7남매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줄곧 영광에 머물러 타 지역과 벽지점수를 얻지 못해 평교사로 퇴직했지만 지역의 유일한 원로여교사로 존경받고 있다.

현재 영광교직회 고문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조 씨는 퇴직후 영광여성의전화 고문을 지냈으며 영광여성라이온스클럽, 걸스카웃 영광군지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영광군지부 등을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았다.
또 영광읍 도동리여자노인정 회장을 맡아 지역노인들의 화합과 복지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길을 지나다 마주하는 제자들을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해 졌어도 아직도 초등학생처럼 보인다”며 자상한 웃음을 보이는 조 씨는 “부부가 공직생활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해줬어도 무탈하게 잘 자라준 자녀들이 고맙고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지나온 세월에 감사했다.

그는 지난해 남편과 사별해 다소 외로움이 깃들어 보였지만 80세가 곧 다가온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지역 제자들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며….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