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제해 철학 영향 일제 남획 결정타

■ 한반도서 호랑이가 사라진 이유?

2010-01-02     영광21
한국 속담이나 전래동화에 호랑이는 빠지지 않는다. 민화 등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호랑이가 우리 삶에 매우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남은 호랑이라고는 동물원에 있는 것들뿐이다. 대체 호랑이는 우리나라에서 언제, 어떻게 사라지게 된 것일까. 국립민속박물관이 서울대 수의과학대와 함께 구랍 12월15일 연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 - 호랑이는 인간에게 무엇인가>에서 이에 관한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 수의대 이항 교수와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김동진 교수는 “한반도에서 유지되던 호랑이와 인간의 생태적 균형은 조선시대부터 무너졌다”고 전했다.
삼국시대와 고려의 주류 사상은 이유없는 살생을 삼가는 불교였다. 때문에 인간과 호랑이는 서로 영역을 존중하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고려시대 김부식과 이규보 등이 맹수를 쫓아내는 데는 찬성했지만 적극적인 포획과 살상을 장려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리학에 바탕을 둔 조선은 달랐다. ‘위민제해(爲民除害 백성을 위해 해로운 것을 없앰)’의 정신을 가졌던 유학자들은 호랑이를 죽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조선시대에 농지 개간이 추진되면서 삶의 터전이었던 저습지를 잃은 호랑이는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공격했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때 사라진다. 일본 야조회野鳥會 엔도 기미오 명예회장은 그 이유를 ‘일제의 포획’에서 찾았다. 당시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총독부가 호랑이 등 맹수를 대량으로 죽였다는 것. 실제로 1915년부터 2년동안 호랑이 24마리, 표범 136마리, 곰 429마리가 전국에서 잡혔다.

엔도 회장은 “한일강제병합후 10년 동안 조선사람이 수렵을 허가받은 건수는 일본인의 10분의1도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