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손맛이랑께”

성명순 <서울떡집>

2010-02-14     영광21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손맛이랑께.”
그렇다. 음식은 손맛이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시대가 도래해도 사람의 에너지가 깃든 손으로 만든 음식을 당할 재간은 없다.

줄곧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의 정성으로 떡을 만들어 온 성명순(73) 할머니.
그는 처음 영광에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고 사람들의 배를 채운 것이 시작으로 이곳 영광에 모싯잎떡집이 번성하게 한 장본인이면서 원조할머니로 유명하다.
“영광 장, 법성 장, 안 간데 없이 다 돌아다녔어.”

맨 처음에는 수수지짐이를 부쳐 팔다 수수떡이며 인절미까지, 그러다 반응 좋은 모싯잎떡을 내다 팔아 온 것이 행상생활 10년을 포함 벌써 30년이 넘었다.
오늘도 20년 동안 이 집에서 줄곳 일한 아주머니들이 빙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있는 모습이 볼 만한 이곳은 그들만의 노하우로 떡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할머니 좋은 분이여. 법없이도 살 양반이랑게. 생전 잔소리도 안 해. 떡만 잘 만들문. 호호.”
근래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에서 병원신세를 지다 호전된 건강상태를 확인한 아주머니들이 마음을 놓은 가운데 떡 만들기도 신이 난다.
설탕을 넣지 않은 우리 고장쌀로 만든 떡반죽에 직접 삶은 동부를 얹혀 보기 좋게 싸는 모양새가 보기만 해도 쫀득쫀득하고 맛있어 보여 군침이 절로 돈다.

“서울이며 광주 할 것 없이 떡을 떼다 파는 도방들이 제다 여기 떡이 제일이라 그래. 하물며 여기 떡 떼다 팔던 사람이 지금은 떡집 하는데 자기네 떡보다 우리 떡이 더 맛있다 그럴까.”
할머니보다 아주머니들의 떡 자랑에 침이 마르는 것을 보면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이곳 애정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이곳 서울떡집은 할머니의 연세도 있고 건강문제로 인해 8남매중 둘째아들이 할머니의 뒤를 이어 2대째 명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비록 할머니가 직접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닿는데까지는 뒤에서 할머니의 조언자 역할은 물론 비법 고수는 절대적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아들에게 물려줬다고 해도 살아생전에는 아직도 내 몫이제. 우리아들 성실하고 늙은 나보다 장사수완도 좋응께 잘 해나갈 거여. 암 믿고 말고.”
서울떡집이라고 쓰여진 낡은 간판하며 방안 벽지에 빼곡하게 쓰인 할머니 사업재량을 엿볼 수 있는 전화번호 메모, 힘들어도 정성스레 손으로 직접 만드는 떡, 거기다 사양하는 내게 급구 떡 선물을 쥐어주시는 마음까지 이곳은 세련된 맛은 없을지 몰라도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추억이 되살아나는 곳이었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