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말, 손짓 하나하나 가슴으로 와 닿아
사회복지시설 탐방 / 산포경로당 <묘량면>
2010-02-14 영광21
“어디서 왔어? 춥지. 이리 와서 몸 좀 녹여”
오랜만에 외지손님의 방문으로 어수선해진 산포경로당(회장 오석재 사진)은 대홍이 할아버지가 평생 짝꿍인 양순이 할머니를 재촉해서 부르는 소리. 갑자기 들어 닥친 불청객을 염려하는 소리로 순간 화기가 돈다
.
옛적 푸근하게 덮던 밍크담요속에 손을 품어 모으고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옹기종기 모여 자식자랑, 손주자랑으로 따뜻함을 더하고 더해 오늘도 추운 겨울을 난다.
“우리는 밥 안 해. 입만 보태지. 저기 막둥이들 보이지. 한 살이라도 덜 먹은 야들이 밥해. 우리막둥이들 참 착혀.”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로 보이지만 여기서도 서열은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도 될지 모르지만 아이들도 보면 첫째는 동생들을 챙겨야 된다는 책임감, 둘째는 첫째와 막내 사이에 끼여 형성된 무던함, 막내는 형님들을 떠받들면서도 챙길 건 다 챙겨 미워할 수 없는 여우, 이들의 모습에서 그런 흔적이 보여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산포경로당은 1999년에 지었으니 올해 들어 꼭 11년째로 접어든다. 처음 건립당시부터 맡았던 오석재 회장. 그도 회장생활을 한지 꼭 11년째다.
오 회장은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병원신세도 졌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돼 마을도 둘러보고 경로당에 자주 들러 어르신들과 농담도 하고 안사람 덕이 컸다는 공도 세울 수 있게 돼 꿈만 같다고.
“우리 마을이 비록 볼 거는 없어도 사람 위할 줄도 알고 정도 많은 마을이야”라고 말하는 오 회장.
이곳은 변변치 못한 운동기구를 포함 열악한 환경이 엿보여 녹록치 않은 현 실정을 보완할 개선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 회장은 나지막이 말한다. “다른 거 안 바라고 남들 하는 것만큼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네. 군에서 지원 좀 많이 해 주라 해.”
다행히도 묘량면 영양리에 위치한 ‘여민동락’이 노인들을 달래고 있어 요즈음은 그쪽으로의 출타도 심심찮게 한다.
즐거운 한때를 보낸 어르신들이 해질 무렵 삼삼오오 헤어지며 건네는 인사말도 손님들의 방문으로 오늘은 왠지 더 유별나다.
“내일 또 모여 재미지게 놀자고. 회이팅.”
헤어지는 길목에 우리에게도 “복 많이 받어. 건강이 최고야. 건강 챙겨.”
얼굴을 쓰다듬으며 건네는 그들의 말 하나하나 손짓 하나하나가 가슴으로 와 남는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