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뭐해, 뭐라도 해야 살맛나지”

김말례 <군남면>

2010-02-26     영광21
“나는 그냥 요로코롬 사는 게 좋으네.”
인터뷰를 거부하며 도망치는 김말례(72) 할머니를 설득해 들은 평범한 말이 예사롭지 않다.

마을 이웃인 정선광(76)씨는 “참말루 훌륭한 분이여. 이름도 몰랐어. 그렇게 봉사를 많이 하고 다니는데도 말이야. 군민의 상 받을 감인디”라고 말한다.
매년 농사를 지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요량껏 쌀을 주기도 하고 떡을 만들어 나눠 주기도 하며 틈틈이 품을 팔아 번 돈까지 장애인복지시설이며, 노인복지관이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알게 모르게 항상 그가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을 하면서도 또 다른 일거리를 찾으러 다니며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나날을 보내는 할머니의 고집은 웬만한 사람은 꺾지 못한다.
“가만히 있으면 뭐해, 뭐라도 해야 살맛나지.”

그의 고집스런 모습이 쑥스러운지 쉬지 않고 일한 증거인 모난 손을 괜스레 쓰다듬는다.
논에 가나 밭에 가나 흥얼거리고 구부정한 몸으로 자전거에 짐을 실고 다니며 남 도울 궁리에 주변의 모든 일들이 고맙고 감사해 세상살이가 행복한 그는 주위의 질문공세도 많이 접한다.

“뭐가 그리 즐거우냐고.”
“형제들간 화목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사고 자신의 몸이 건강해 남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 할머니.

아들이 용돈주면 그 돈으로 누굴 도와줄까를 먼저 생각해 기어이 그 돈을 축내야 성이 풀리고, 마을 이정표도 사비로 만들어 마을사랑과 주변의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할머니의 유난함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받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퍼주기식 사랑이 이해나 될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할머니가 정성으로 품어 키운 자녀들은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린 듯하다.

서울에서 사는 큰 아들 황대일씨와 며느리 옥미자씨도 명절이나 마을행사가 있으면 어르신들을 봬 인사드리고 챙기는 것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아 마을에서 명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 때부터 남 챙기는 것을 본받아 자식 대까지 이어져 가는 것을 보면 명문가도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돈이 넉넉해서 하는 일도 아니요, 자신을 위해선 옷 한가지, 신발 한가지 사 본 적도 없고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등록까지 해놓은 상태라니 그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소한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작은 것마저 나눠 참 행복을 찾는 복잡할 것 없는 할머니의 넉넉한 삶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