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수는 적어도 화합만은 1등이여”

사회복지시설 탐방 / 황곡경로당 <홍농읍>

2010-02-26     영광21
뒷산이 마을을 감싸 안은 것이 황구(누런개)가 새끼를 품은 모양이라 해 명명된 황곡마을.
매섭던 추위가 한 풀 꺾이기도 했거니와 유난히도 햇빛이 따사롭다고 느끼는 것이 내 생각 때문일까.

고즈넉한 마을에 들어서 목적지인 황곡경로당(회장 주병종 사진)에 도착하니 우리를 목빠지게 기다린 듯 일제히 흐트러졌던 몸을 앉히며 “왜 이리 늦었어”라는 어르신들의 볼멘소리가 싫지만은 않다.
방문진의 궁금증도 잠시, 그들은 그들만의 중단됐던 이야기꽃을 마저 피우느라 입놀림이 다시 바빠진다.

“누구누구는 내가 중매 서서 잘 살잖어.” “그 애는 못써. 그러면 안 되지.”
다들 그동안의 쌓아뒀던 자기만의 보물보따리를 풀어 놓듯 이야기를 끄집어내 자지러지듯 크게 웃으며 주먹으로 서로 주고받는 모양새가 예나 지금이나 수다 떠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바쁜 와중에 일부러 모인 터지만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이 반가워 매듭짓지 못한 일로 인해 서둘러야 된다는 사실도 잊은 지 오래다.
오늘 모인 인원들을 보아 하니 할머니들이 많다.
마을 어르신에게 물으니 마을자체가 할아버지들보다 할머니들이 많아 성가시다며 웃음으로 속마음을 전한다.
그러하니 할머니들의 기에 몇 안 되는 할아버지들의 말소리를 들어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여기서도 여성들의 파워는 독보적인 모양이다.
그런 가운데 경로당을 쭉 둘러보니 35평 남짓한 크기에 방 2개, 화장실 2개, 거실, 주방, 샤워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방 보러 온 사람마냥 쭉 둘러보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머가 그리 궁금하냐. 궁금한 거 다 알려줄게”라며 탐정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건넨다.
샤워시설은 요 근래 만들어 이제 여름이면 일을 하고 나서 시원하게 등목도 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단다.

“가구 수는 적어도 화합이 잘돼. 우리 마을이 산양사업을 시작했는데 아직 재미를 못 봤어. 잘돼야 될 텐데.”
사진촬영 포즈를 취하라는 소리에 “화장도 하고 립스틱도 바르지”라고 할아버지들의 핀잔이 할머니들에게 쏟아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할 말은 하고 살 수 있을 만큼의 할아버지들 파워도 막강한가보다.
해야 할 일로 바쁜 시간을 보내며 잠깐 겨를이 생긴 짧은 시간에도 즐거움을 만끽하는 이 마을 어르신들의 얼굴이 생글생글하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