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장애딸 돌보는 ‘101살 엄마’ 박옥랑의 母情

어버이날 특집 - 모정의 세월

2004-05-06     영광21
네 살 때 떨어져 머리와 등을 다쳐 전신마비가 된 딸의 손발 노릇

“불쌍한 딸을 위해서도 오래 살아야지, 내가 세상을 뜨면 혼자서 어떻게 살겠소.” 101세의 박옥랑(광주시 북구 우산동 주공아파트) 할머니. 자손들의 극진한 봉양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에 몸이 불편한 68세 된 딸을 돌보느라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 딸 조의순씨가 전신마비 상태로 누워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녀는 현재 광주시내 13평짜리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서로 거울삼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 씨에게 불행이 찾아든 것은 1939년.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박 씨가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업고 있던 네 살배기 딸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와 목을 심하게 다쳤다.

박 씨는 고개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딸을 들쳐업고 ‘용하다’라는 병원 한의원 침술원 등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그 뒤부터 딸은 방에 누워서 천장을 보며 살아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마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가버렸다. 박 씨는 딸을 언니 집에 맡기고 학교에 계속 나갔다.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1953년 나주시 영산포 여중에서 30년의 교사생활을 마감했다. “딸의 상태가 악화한데다 생업이라는 핑계로 ‘아픈 딸’을 혼자 방에 방치했다는 생각이 퍼뜩 든 거죠.” 교직을 그만 둔 뒤 박 씨는 딸에게 글공부를 시켰다. 종이에 글을 써 보이며 한글은 물론이고 한자까지 가르쳤다.

학교 교과서와 문학서 등도 읽어줬다. 딸은 금방 글을 깨우쳐 갔다. 때로는 시도 읊조렸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뿐 머리는 영리했다고 박 씨는 기억한다. 딸의 손발 노릇을 하느라 늙을 틈도, 아플 여유조차 없었던 박 씨도 얼마 전부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기억력도 크게 떨어졌다. 박 씨는 “딸은 나한테 몸을 기대고, 나는 점차 흩어지고 있는 정신을 딸에게 맡기고 사는 셈이죠”라며 웃었다. 그녀는 자신이 저 세상으로 간 뒤 딸이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면 아득하다고 했다. “어미로서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세상을 등질 때 딸애도 함께 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아요.”

국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박 씨는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얼마 안 되는 돈도 아끼고 아껴 한 달에 몇 만원씩이라도 꼭 저축을 한다. 자신이 죽은 뒤 딸 혼자 살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조 씨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 나의 어머니"라며 "오늘까지 산 하루 하루가 모두 어머니의 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씨가 사는 아파트에 간병 봉사를 하러 다니는 유상엽(여·44)씨는 “할머니는 딸을 돌봐야 한다는 정신력 때문에 건강하게 사시는 것 같다”며 “이들 모녀를 볼 때마다, 모정(母情)은 위대하고 지고(至高)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토록 끈질긴 모정의 실타래가 얼키고 설킨 기나긴 100년의 삶의 언덕을 기대는 어머니, 곱디고운 중등 여선생님, 청춘을 불살라 반세기를 전신마비의 딸을 위해 극진한 간호하다 늙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묻어둔 한 맺힌 눈물은 강물이 되어 흘러갔나요? 어머니의 청춘은 그 누가 보상하리요.

네살베기 딸아이가 장애가 되어 이제 68세 되었고 어머니의 연세 101세, 아픔의 강물, 한 맺힌 세월의 바다 눈물로 얼룩진 모녀사랑 자식위해 늙지 못하고, 자식 때문에 차마 저 하늘로 떠나고 싶어도 눈 감지 못함이여. 당신의 삶이여, 아픔이여!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잊지 못할 어머니. 낳아주시고 길러주시고 자나깨나 자식 걱정으로 늙고 싶어도, 죽고 싶어도. 행하지 못하시는 어머니입니다. 부모 없는 자식 없고 엄마 사랑보다 귀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답니다.

어머니의 은혜 길고 긴 모정의 세월 이제 우리는 30, 40대의 중년으로, 엄마 아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 이렇게 지고 지순한 어머니의 뒤를 밟을 수 있을까요? 아직 살아계신 부모님께 마음 속 깊이 따뜻함을 전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들의 부모님은 우리들의 은인이십니다. 혹 길을 가다가 불우노인을 보시면 그냥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베풀어 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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