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며 살아온 삶에서 행복 찾습니다”

정정자 <염산면여성의용소방대장>

2010-03-18     영광21
정정자(58)라는 이름석자로 조그마한 체격의 약한 여성으로 그는 많은 직함을 소화했다.
염산면여성의용소방대장, 염산면 봉남1리 부녀회장, 바르게살기운동 전라남도협의회 이사 등. 현재는 그나마 이 정도지만 그간 받아야만 했고 받을 수밖에 없던 직함들로 그의 삶은 수많은 획을 그어 왔다.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드는 아내로, 배아파 낳은 4명의 자녀와 마음으로 낳은 4명의 이주여성을 수양딸로 둔 엄마로,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며느리로서의 그의 삶 또한 놀랄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건전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은 그의 타고난 기질 탓이요, 자신을 낮추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바쁜 것 또한 그의 타고난 성미 탓이다.
향토음식의 관심은 이주여성들과 어울리는데 한 몫을 해냈고 어려운 환경의 어르신들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요양보호사자격증으로 이어졌다.

시부모를 여의고서야 시작한 사회생활은 남편과의 속깊은 대화가 버팀목이 돼 줬다. 그 덕분에 처음 활동을 시작한 바르게살기운동 영광군협의회 여성회장으로서 6년 동안의 시간은 그에게 충만한 순간들이었다.

영광군에 저출산 문제에 관한 워크샵을 직접 개최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영광주민 1만명이 모인 가운데 원전성토대회에서의 인상 깊은 연설은 많은 이의 호응을 얻어냈다.
또 백수읍 푸른동산 복지시설의 김치담그기 행사는 10년 가까이 꾸준히 해와 내심 뿌듯한 마음이 깊이 자리 잡았다. 바르게살기운동 영광군협의회가 행자부주최로 상을 받은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인상 깊은 일중 하나다.

그런 인재를 그가 터를 잡은 염산면의 어르신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염산면 부녀회장직을 꼭 맡길 원하는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이 8개월 동안의 고사를 꺾었다. 강박증이 있을 만큼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인해 바르게살기운동 영광군협의회 여성회장직의 겸직이 어려웠던 지라 그는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마침 훌륭한 자질을 갖춘 많은 후배들이 있었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충분히 동감됐기 때문이다. 또한 시집와서 줄곧 살아온 염산면이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자리 잡아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터뷰 당일도 그는 하루 종일 마을행사로 바빴다. 그 와중에도 방문객 챙길라 길에서 마주치는 어르신들 인사에 수양사위 끼니 걱정까지 눈코뜰새 없는 바쁜 나날이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희망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저를 낮춥니다. 그리하니 제가 행복하더라구요.”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말이 입과 머리에서 맴돈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