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학생들 가르칠 때 바른 어른으로 성장”

군남 용암리 출신 33년간 교육 매진·지적성장과 올바른 품성함양 지도

2010-05-13     영광21
■ 스승의 날 특집인터뷰 - 염산중학교 한상구 교장
오는 15일이면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으로 제정한 날인 스승의 날이다.
인생의 바른 길잡이가 돼준 스승, 그들의 하염없는 사랑과 노력은 현대를 바로 이끌며 고귀한 지표가 되고 있다.

군남면 용암리 출신으로 1978년 교직에 입문해 33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온 염산중학교 한상구(64) 교장. 불갑중학교. 법성고등학교 등에서 근무했던 한 교장은 내년 8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그를 찾아 교육소신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오랜 세월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 교육자로서 선생님만의 소신이 있다면 무엇인지
자신의 속을 내보였다 하고 보면 또 병풍뒷면에 있는 그림이 있듯이 내 맘의 일부가 또 나타나는 것이 사람의 속마음인듯 합니다. 그동안 선생이 아닌 선생님이 돼야겠다는 굳은 각오 하나로 반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 굳은 신념은 학생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서야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당당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가르치려는 과목을 완벽하게 소화해 마치 엄마 잃어버린 어린아이에게 먹이는 이유식처럼 부드럽고 먹기 쉽도록 교재를 재편성할 정도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을 칭찬과 적당한 벌로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충분한 실력과 그 실력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평생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많은 매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매를 들었던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면서 제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영광출신으로 지역교육에 유난히 애정과 관심을 많으리라 봅니다. 지역교육을 바라보는 마음과 지역교육발전에 필요한 부분과 방향을 말씀한다면
제가 영광에 근무했던 총 경력은 불갑중학교에서 4년6개월과 법성고등학교 2년 그리고 본교에 부임해 3개월째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7년이 채 못되지만 그래도 제 고향이다 보니 여러가지 바램이 많기도 하고 또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어찌보면 대한민국 모든 시골학교의 현상이겠지만 산업화에 따른 도시이주로 학생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저희 학교도 한때는 1,500명 정도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던 학교였지만 현재는 88명의 학생만이 다니고 있습니다.

옛날에 학생들이 사용했던 교실은 텅 비어 있고 현재는 4개 교실에만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남는 유휴교실을 다시 채울 수는 없겠지만 그 교실마다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다시 도시학생들이 시골로 돌아오는 날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위해 교실에 가둬두는 식의 교육방법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영광의 교육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교육문제이지만 바른 인성발달 위에 참다운 실력을 갖춘 사람이 미래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면 현재의 교육현실을 바르게 봐야 합니다.

● 그 동안 많은 제자들을 길러 냈으리라 봅니다. 많은 제자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또 교직생활 중 잊지 못할 기억에 대해 말씀한다면
교육생애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 몇가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급해야 할 학생 한명이 정신적인 혼란을 가져왔고 결국은 학업을 포기하고 짧은 생애를 마감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중학교 교육과정을 완벽하게 뛰어넘는 수준의 지적발전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완벽하게 소화할 만큼의 영재였습니다. 그 학생은 당시 조기졸업제도가 없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교실에서 그대로 들어야 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생을 마쳤습니다.
전국적인 수준별 학교가 분류돼 교육시킬 필요가 있고 영광에서도 자체적으로 수준별, 취미별, 특기적성별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이제 정년이 얼마 안남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의 계획이 있다면
아닌게 아니라 막상 교직을 마무리하려 하니 남은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퇴직후 저는 고향인 군남면 용암리에 홀로 사는 노인들의 집을 수리해 함께 기거하면서 노인들과 대화도 하고 외로움도 달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또 마을에 어린 학생들이 있다면 사자소학이라도 가르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 끝으로 스승의 날을 맞아 교직원과 그리고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스승의 날이 따로 있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하루라도 특별한 날을 정해 그 동안 노고를 치하한다니 좋은 일이라 봅니다. 학생을 대할 때 머리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 가르친다면 날마다 감동이 전해지는, 그래서 눈물이 글썽이는 스승의 날과 제자들의 감동의 날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가르쳐야할 내용을 정리하는 머리가 돼야겠고, 가르침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가슴의 말을 해야 하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말이 인생의 지표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자세로 살아간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교육천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