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만드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됐네”

정영녀 <평화한복>

2010-06-10     영광21
손수 한복을 지은지 30여년이 넘었다. 생계유지로 시작했지만 그의 바느질 손재주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손에서 놓은 날이 없었다.

영광농협 동부지점 옆에서 <평화한복>을 운영하고 있는 정영녀(76) 할머니는 옛 추억을 더듬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6남매를 시집장가 보내기까지 할머니는 손이 부르트도록 옷을 지었다.

지금은 형편도 웬만해져 손 놀리는 재미삼아 한다지만 지금 생각하면 평생 해 온 바느질이 지겨울 만도 하다. 그러나 이 바느질 솜씨라도 없었으면 지금이면 뒷방 쓸모없는 할머니로 전락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생계유지는 무엇으로 했을지 만감이 교차한다.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평화한복>은 그의 놀이터가 된지 꽤 됐다.

이전과 달리 지금은 용돈삼아 운영하고 있지만 그의 인덕으로 오고가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터에 혼자 사는 할머니는 심심할 틈이 없다.

오랜지기 친구가 옆에 항상 붙어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놓고 간간히 한복단을 줄여 달라든지 속바지를 만들어 달라든지 나눠 먹을 떡을 가져다 주는 이웃들로 <평화한복>은 문에 달린 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가 만든 옷은 요즈음 자주 쓰는 용어로 ‘핸드메이드’다.
그가 어깨 넘어 배운 솜씨로 디자인까지 손수하며 부탁한 이와 딱맞는 옷을 짓는다.
한복을 비롯해 원피스와 같은 양장, 수의, 속옷까지 만들 수 있다. 직접 만든 옷이 기성복과 비슷한 가격 아니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한번 들른 손님은 쉽게 단골이 된다.

“이제는 눈이 어두워 돋보기를 써야 돼. 돋보기라도 써서 한복 하나 지을 만 할 때까지는 계속해야지.”
“몸이 여기저기 쑤시기 시작한 지 한참 됐지만 노니깐 더 아파”라는 그의 말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손수 만든 옷만을 입는 것을 고집하는 정영녀 할머니. 할머니는 특별히 할 것 없어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만든 옷 이외는 입지 않는 것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30여년 옷 만든 인생의 자부심을 알 수 있다.

그의 솜씨를 고스란히 받은 둘째딸이 광주에서 바느질쟁이가 됐지만 그에게는 영 눈에 차지 않은지 딸이 갖고 온 옷을 보고 여기저기를 고쳐야겠다고 끊임없이 핀잔을 주는 것이 명인다운 모습이 묻어난다.

언제나처럼 특별한 것 없는 한결같은 하루가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그는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왔다.
편안한 얼굴과 말투, 오며가며 들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전지선 객원기자 qsc13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