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 세월만큼 여유로운 춤사위
영광의 문화예술인 44 - 조병대 / 탈놀이
2004-05-26 박은정
다만 그 기원에 대해‘풍물굿의 잡색놀이가 발전해 극적 구조를 갖추면서 그 틀을 이루었다’고 하기도 하고‘무당굿에서 무당의 1인극 혹은 무당과 잽이와의 2인극이 발전해 이루었다’고도 한다. 이들 주장은 탈놀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이지만 다 액을 막고 복을 빈다는 의미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영광우도농악 공연시 양반탈을 쓰고 그때그때 지역민의 흥취에 영합해 춤, 놀이, 재담과 연기를 펼치는 조병대(82)씨.
그는 20년이 넘은 세월을 영광우도농악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든두살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우도농악을 홍보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공연하고 있다. 농악대의 잡색놀이꾼인 그는 탈을 쓰고 노는 따위의 춤도 추고 연기적인 행위를 하며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을 가하며 웃음을 전하는 역할의‘해학’을 전달하고 있다.
웃음이 생활이 될 때 삶은 활력을 얻는다. 조병대씨는 깊이가 있는 웃음, 한번 지나면 잊혀지는 웃음이 아니라 두고두고 웃게 만드는 재담에도 남다른 재능이 있다. 웃음은 예능의 한 수단으로 가능하기도 하다. 농악이나 민속고유놀음 등에서 웃음은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이다.
재담꾼인 그는 우도농악의‘약방의 감초’처럼 재치있고 재미있는 재담으로 흥을 돋구며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영광 입석리가 고향인 그는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끼’와 ‘흥’이 많았던 그는 참봉 할미 각시 큰애기 조리승 등의 잡색탈과 어울려 농악의 소리에 맞춰 황혼을 불태우고 있다.
영광군 문화관광 상설 프로그램인‘영광우도농악 일요공연’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시작했다. 불갑사 당산광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장을 방문하면 양반차림을 하고 근엄한 표정의 탈을 쓴 그를 반갑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조 씨는 “다른 나라의 탈들이 대개 무서운 표정을 한 신이나 토템을 표현해 공포감과 경외감을 주는 반면, 우리나라 탈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웃거나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 인간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며“탈놀이는 주로 정월 보름이나 단오에 벌어졌으며, 이를 통해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농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탈놀이의 유래를 전했다.
그는 또 “마음은 있어도 예전처럼 몸이 잘 뛰어지지 않는다”며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맡은 역할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고 뒤를 이은 후배양성에도 신경을 서야겠다”고 전했다.
그는 따뜻한 인정과 여유로움이 깃든 춤사위 그리고 재담으로 사람들의 흥을 돋구어 흐뭇하게 해주고 싶어한다. 그가 걸어온 80년의 삶은 탈놀이의 몸짓 말짓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소재로 충분해 보였고 그의 정직하고 성실한 인생도 함께 엿 볼 수 있었다.
바램이 있다면 그가 지금처럼 건강함을 지키며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펼치는 완숙되고 안정된 멋진 공연을 오래 오래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