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없는 모방이나 습관에서 나오는 글과 그림은 지양해야
2010영광불갑산상사화예술제 심사평
2010-10-07 영광21
나 경 수 / 전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아름다움은 승화를 통해 그 의미가 증폭된다. 승화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문학으로 재창조되는 것만큼 승화의 효과가 탁월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불갑산상사화축제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이 백일장과 인터넷 공모전에 참여해 아름다움을 승화하는 글을 남겼다.
초등학생들의 글은 재치가 번뜩였고 중학생들의 글에서는 사실에 대한 갈망을 유독 강하게 느꼈으며 고등학생들의 글은 미래에 대한 동경과 불안이 함께 녹아 있었다.
또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투고한 글들은 모두 아마추어 수준을 훨씬 벗어난 글쟁이의 전문적 문향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광은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던 고장으로서 그 명성이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또 그러한 전통은 오래가며 하나의 기질적 자원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번 백일장과 인터넷 공모전에 출품된 수많은 글들은 나름대로 인생과 세계를 바라보는 자각된 눈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 많았다. 시의 경우는 특히 상사화를 매개로 한 미적 감흥을 잘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으며 산문의 경우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글이 주류를 이루었다.
일반인들의 글들은 대체로 신변잡기의 수필적 감수성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지역의 전설과 관련된 마라난타의 이야기를 상사화와 연관지어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을 구사한 작품이 큰 감동을 주었다.
글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를 생성해 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의 작품은 대체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작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춘하추동의 변화를 우리말로 잘 구사하면서 상사화의 어엿함을 크게 부각시킨 작품이 문제작으로 보였다.
다만 글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하다. 초·중·고등학교 대부분 학생들의 글은 그 내용에 상관없이 적어도 원고지 사용법 정도는 미리 익혀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컴퓨터 세대라고는 하지만 글의 형식적 원칙은 원고지에 있기 때문이다.
글짓기 심사평
정 형 택 / 시인·전 전남문협회장
상사화 흐드러지게 핀 자연속에서 청소년들이 잠시 학교생활을 접고 서정성 짙은 글제로 글을 쓴다. 아니, 글을 썼었다.
이름하여 상사화예술제라 했으니 자연으로 나온 것 만큼으로도 일단 성공은 이뤄진 셈이다.
주어진 제목으로 각자 호연지기를 풀어 써가는 모습은 보지 않았어도 낭만 가득하였으리라. 그런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대했던 글인지라 참가 학생 모두가 제법 글 다루는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초등학생들의 기량은 정말 대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학교 모든 학생들이 다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리고 부모님의 관심에 따라 차이는 심했지만 아이들의 순수만큼은 키잴 데가 없었다.
이 대회가 금년이 첫해였지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상사화축제위원회의 각별한 관심과 주관을 해온 <영광21>신문의 힘 또한 컸음이 자랑할만하다.
모두 다 입상권에 들었지만 내년 대회를 기다리며 마음 달래기를 빈다. 좋은 글 쓰도록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그림 심사평 / 대표 집필
최 대 주 / 화가·전남대 강사
불갑산상사화축제를 기념해 열린 그림그리기대회를 축하한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로 나뉘어 상사화를 비롯한 자연을 주제로 해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하얀 도화지에 재미있게 표현했다.
심사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순수한 동심의 눈으로 보고 표현된 그림들을 우선해 선별했으며 어린이의 감정표현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충실히 반영된 그림들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대상으로 뽑힌 한지현(해룡고1) 학생의 그림이 단연 돋보였다. 한지현 학생의 그림은 근경에 소나무와 상사화를 배치해 시원스런 원근감과 수채화의 물맛을 잘살렸으며 뛰어난 관찰자의 시각으로 표현하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초등부에서는 저학년(1~3)부에서 수작들이 많이 나왔다. 이는 감정이나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내어 표현되어 좋은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고학년(4~6)부에서는 도식화 돼 가는 양태를 띄었다.
많은 학생들의 그림을 심사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은 획일화된 인물표현이나 도식화된 그림을 그리는데 이는 창의성 없는 모방이나 습관에서 나오는 그림이므로 철저히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