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마음담긴 음식으로 새출발 기원
영광의 문화예술인46 - 폐백음식 김영희
2004-06-10 박은정
신부가 시부모님과 시댁의 여러 친족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예를 ‘현구고례’라해 이 예를 행할때 신부 쪽에서 준비해 시부모님과 시조부님께 드리는 음식을 ‘폐백’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혼례식을 마친 후 신랑 집 또는 예식장일 경우는 폐백식장에서 행하는 의식으로 신부가 신랑의 가족을 정식으로 초대면해 예를 올리는 절차를 폐백이라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부로 맺어지는 인륜지 대사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양쪽 집안에 첫인사의 예를 표할 수 있게 해주는 폐백음식을 13여년간 만들며 고운 솜씨를 보여준 김영희(41)씨. 그는 장성이 고향이고 전북 고창 해룡리가 고향인 남편을 만나 1988년에 결혼했다.
6남매중 막내인 그는 언니가 폐백음식을 만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워 결혼 후 장성에서 생활하며 이불집이나 떡집의 소개로 폐백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히 폐백음식을 만들던 그는 1992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영광으로 와 생활하게 됐다.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던 그는 특히 우리 전통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김 씨는 영광에 와서도 하나 둘 폐백 음식의 주문을 맡아 만들었다. 유난히도 꼼꼼하고 정성스레 만드는 그의 야무진 솜씨가 가가호호 입 소문을 타고 알려져 결혼을 앞둔 지역 곳곳의 주민들이 그에게 폐백 음식을 부탁해 왔다.
김 씨는 “일반적으로 대추와 쇠고기 편포로 하고 서울의 경우 시부모께는 편포 또는 육포 밤 대추 엿 술로 하며 시조부모께는 닭 대추와 밤으로 한다”며 “전라도에서는 대추와 꿩폐백을 하기도 하며 경상도에서는 주로 대추와 닭폐백을 올리기도 했다”고 지방에 따라 또는 가풍에 따라 차이가 있는 폐백 음식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또 “폐백음식은 다른 음식과 다르게 신부를 위한 특별한 혼인잔치에 도움이 되는 음
식으로 정성껏 그리고 깨끗하게 만들려고 했다”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축복받은 날이 더욱 값지고 아름답게 빛나길 늘 기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다”고 폐백음식에 행복을 함께 염원했음을 밝혔다.
폐백음식은 지방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견과류를 주재료로 삼아 아름다운 형상으로 차렸고 이는 자손만대의 부귀 행복과 자손들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 시대가 바뀌어도 그 뜻하는 내용과 형식은 유지되어 왔다.
특히 대추를 남자라고 하는 이유는 대추가 가장 양기가 넘치기 때문이고 밤은 밤나무로 키우기 전에 심는 씨앗을 나무가 자라도 썩지 않고 뿌리 아래 보존되어 근본을 잊지 말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런 밤과 대추는 모두 아들, 딸을 많이 낳으라는 다산의 의미, 즉 가문을 번창시키라는 의미로 던져주는 것이다.
이런 뜻이 깊은 폐백 음식을 전통을 잘 지키며 유난히도 아름답게 만들던 그는 도시권의 폐백전문점의 확산으로 어려움이 따르자 한식조리사 자격을 지난 2001년 획득했다. 현재는 폐백음식을 잠시 쉬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식단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이 만든 폐백 음식을 보고 배우며 비교하기 위해 예식장을 찾아다니
던 지난날 아름다운 열정이 아직 살아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의미 깊은 폐백 음식을 다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단아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고유한 전통과 풍습을 지닌 고귀한 전통음식 전문가로서 폐백 음식을 꾸준히 보급하고 싶어한다. 곱게 기른 딸을 귀한 댁으로 시집 보내는 친정어머니의 정성어린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