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영광상사화예술제 입상작
2010-10-14 영광21
도
내 그늘아래
한 폭의 그림을 그려볼까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한 장의 도화지요
눈 앞에 펼쳐진 꽃과 나무는
먹과 벼루이니
수묵화를 그려볼까
붉은색 꽃 한송이 따다가아
색채화를 그려볼까
푸르히 흐르는 계곡물과
고요히 불어오는 바람에
눈 앞의 짐들을
계곡물에 흘려 보내고
바람따라 날려 보낸다
비로소 눈을 떠 먼 산 바라보니
아 어리석움이여
한 폭의 그림을 눈 앞에 두고도
아 어리석움이여
금상 / 김정미<영광고 2학년4반>
가족
나에겐 부모님보다 더 나를 잘 이해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할아버지 한분이 계신다. 난 어릴적 부터 할아버지와 자랐고 누구보다 더 할아버지를 잘 따랐다.
작년 이 맘때 쯤이다. 온 가족이 가까운 불갑사에서 식사를 하러갔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와 밖에 나와서 불갑사 군데군데를 걸어 다녔다.
할아버지께서는 단풍길을 걸으시다 말고 단풍나무 사이에 피아난 꽃 ‘상사화’를 보시며 “너무 곱지않니? 다음에도 꼭 오자구나. 예쁜 손녀랑 고운길을 걸으니 너무 좋구나.”라고 말씀 하셨던게 기억이 난다.
항상 건강하시고 누구보다 더 젊게 사시려고 노력 하시는 분이라서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할아버지께서 건강검진을 하러 가셨다. 폐암 말기진단을 받으셨다는 소식과 앞으로 3개월 밖에 사실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다.
처음엔 믿기질 않아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사실 제작년 겨울에 갑작스럽게 할머니가 돌아가셨었다. 그때 중환자실에 계신 할머니를 뒤로하고 친구들과 놀러를 갔었다. 그때도 할머니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실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항상 할머니 곁을 지키지 못했던 미안함과 잘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을 느꼈던 나였다.
나는 할아버지께도 그런 손녀가 되기 싫었다. 하지만 바쁜 학교생활로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한 그런 손녀가 되어있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지키면서 찾아뵙겠다는 할아버지와의 약속은 지키지 않은 손녀. 남자친구와의 전화는 하루세끼 밥먹듯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안부전화라곤 먼저 걸려온 전화만 받을뿐 먼저 거는 법이라곤 없는 난 그런 손녀이다.
어릴 적과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
막상 할아버지가 아프시다하니 그동안 잘해드리지 못한 나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몇주전 할아버지를 뵈러 갔었다. 예전과 다르게 헬쓱해 지신 얼굴과 기침을 멈추시지 못하여 말씀도 제대로 나누기 힘드셔 보였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이려 하지 않았지만 막상 죽음과 가까워지시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몇일 전에는 상태가 더욱 나빠지셔서 전남대병원으로 옮기셨다.
암과 투병중이신 할아버지께 기적같은 일이 생겨서 빠르게 완치되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무심했던 손녀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
내년에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할아버지께서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소중한 누군가가 우리 곁을 떠난다는건 정말 슬픈일이다.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할아버지와 단풍길을 걸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금상 / 김하영<영광여중 3학년3반>
연모지정
꽃내음달(4월) 새잎돋듯
피어나는 마음이
누리달(6월) 물빠지듯
마르렵니까
타오름달(8월) 푸른잎이
돋던 그 자리
임은 가고 남아있는
다홍빛 치마
하늬바람 불어올때
설온님 그리워
하늬바람 불어오면
가신님 그리워
보고파도 볼 수 없어
오매불망 임 그리는
붉게삭은 이 마음
아시옵니까
매듭달(12월) 임 따라
가는 이 몸은
다시오는 꽃내음달
못 만난데도
원앙 암수 짝 찾아
기다리듯이
이내도 천년고이
기다리리라
금상 / 박승빈<법성포초 2학년2반>
도토리의 여행
도토리가 나무에서 데굴데굴
모자쓰고 알맹이 챙기고 데굴데굴
강을 지나고 돌담을 지나서
데굴데굴
다리도 지나고 돌맹이도 지나서
데굴데굴
상사화 꽃을 바라보며
상사화 꽃이 예쁘다고 생글생글
이러다가 불갑산을
다 돌아서 데굴데굴
금상 / 정승민<영광중앙초 6학년2반>
그리움
나에게는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상사화를 참 좋아하시던 우리 할아버지, 불갑사를 잘 오가시던 우리 할아버지,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우리 할아버지 이십니다.
빨간 상사화처럼 정다운 우리 할아버지. 상사화만 보면 우리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정겹던 우리 할아버지는 어느날인가 저 파아란 하늘로 가버리셨습니다.
할아버지의 거칠한 손을 잡고 4살이 되던해 이 곳 불갑사에 왔었습니다. 그때도 빨간 상사화가 밤하늘의 별처럼 빼곡히 피어 있었습니다. 그 빨간 상사화가 그땐 얼마나 신기했던지 모릅니다.
그때 할아버지는 그러셨습니다. 이 많은 상사화가 처음엔 별이었답니다. 아주 아주 깊은 밤 별들이 하나 둘 땅에 스며들어 비를 마시고 햇빛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 꽃이 되었는데 이게 상사화입니다.
저는 그때 그게 정말인 줄 알았습니다. 무척 아름다웠으니까요. 정말 별이 떨어져 핀 꽃 같았어요. 그때가 할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후로 전 상사화에 급관심을 가졌습니다. 정말 별이 떨어져 핀 꽃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정겹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 아직도 할아버지가 그리워 상사화만 보면 바로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움이란게 참 신기하죠? 그냥 꽃일뿐인데도 보기만 하면 울적하고 또 보기만 하면 마음이 아프니까요.
저는 그때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할아버지 지금쯤 좋은 곳에서 곧 상사화가 될 별을 키우고 계실거예요. 할아버지가 그립습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