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우린 언제나 함께여”

장혈경로당 / 군남면

2010-11-25     영광21
긴 시간을 기다려 곱디 곱게 물들고 가을의 끝자락에 다다른 단풍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11월, 겨울의 문턱에서 모처럼 풀린 날씨를 반가워하는 옹기종기 모인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추수를 끝내고 평온해 보이는 군남면 양덕1리 장혈경로당(회장 김영윤 사진).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귀에 울려 퍼졌다.
한창 손님맞이가 뜸했던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몰려와 겸사겸사 잔치(?) 비슷한 즉석 다과회로 금새 한상이 차려져 흥을 돋구었다.

한켠에는 마을 출신이 기증한 노래방기기로 즐거움을 더해 일행은 한참을 그들의 놀이에 취해 어르신들과 소박한 한때를 즐겼다. 그들 사이에 눈에 띄는 또래에 비해 훤출한 키의 김영윤(66) 회장.

남자 19명, 여자 36명이 등록된 이곳 장혈경로당은 1991년에 지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청결해 새로 완공된 분위기가 났다.
큼직한 방2개, 거실, 부엌으로 이뤄졌으며 주로 70~80대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분기마다 회의와 잦은 소모임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올해 2월부터 새롭게 회장을 맡아 아직은 지켜봐 달라”는 김 회장은 “인심 후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제. 원래는 항시 시끄러울 정도로 경로당에 사람이 바글바글한디 오늘 마침 곧 있을 잡곡판매로 마을사람들이 자리를 비워서 아쉽구먼. 우리 마을 단결력 자랑 좀 해야 하는디”라며 “보기엔 그냥 조용하지만 여름에는 같이 모종도 하고 겨울에는 김장도 하며 무슨 일이 있으면 다들 손 걷어 붙이고 나서 전체적으로 마을사람들의 심성이 온화하고 평화롭제”라고 전했다.

한창 놀이에만 취해 있는 줄로만 알았던 어르신들도 “뜨신 밥 얼릉 해줄텐게 한 숟갈 뜨고 가.” “그냥 가면 섭섭하니께 이리 와서 노래한자락 하고 가.” “이 마을로 이사 안올랑가”라며 자신의 말을 한마디씩 보태며 일행을 챙겼다.

한바탕 놀이를 끝내고 방안에 둘러앉아 나누는 어르신들의 담소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노년의 편안함이 이렇게 물들으며 물씬 풍기는 행복함이 일행에게도 전해져 행복함은 배가 됐다.
“부족한 운동기구나 놀이기구가 충원돼 건강도 챙기고 일상을 다채롭게 보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넉살좋은 웃음으로 일행의 방문은 끝을 맺었다.

자나 깨나 마을걱정, 자식걱정인 그들의 잔치를 뒤로 하고 그윽한 평온함이 깨지지 않길 바라며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