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조례 실효성 공정성 보장 필요

특별기고 - 박광우<참여자치21 사무처장>

2004-06-24     영광21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지침대로 집행만 한다면 지방자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지방행정을 펼치지 않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민투표조례 제정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가늠해 보자.

주민투표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에 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하여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된 법인데 주요사항을 조례로 위임하고 있다. 외국인의 주민투표 자격(제5조), 주민투표 대상(제7조), 주민투표 청구요건(제9조), 주민투표 청구(제12조), 야간호별방문 및 야간옥외집회 금지기간(제22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조례에 위임하면서도 권고사항이라면서 조례표준안을 내려보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라면 조례에 위임하면 끝이고, 또 위임받았으면 표준안이 있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물론 조례안이 최선이면 따라도 무방할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영광군의 주민투표조례안을 보면 주민투표대상, 주민투표청구요건, 주민투표심의회 등 핵심적인 내용에서 모두 표준조례안과 전혀 다르지 않다. 문제는 표준조례안이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라는데 있다.

먼저 주민투표 대상을 보면 주민투표법은 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과 투표에 부칠 수 있는 사항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이중규제는 조례에서도 반복된다. 조례에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투표대상영역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시행 자체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 조례의 실효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 대상은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투표대상 규정중 ‘6. 기타 주민의 복리·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결정사항’을 ‘6. 기타 주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결정 사항’으로 수정하는 것이 주민투표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주민투표청구수. 주민투표법 제9조는 “주민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20 이상 1/5 이하의 범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서명으로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영광군은 별표로 위임하고 있다.

문제는 별표가 행정자치부의 표준안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치가 아니다. 따라서 조례제정에서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주민자치법이 허용하는 1/20(5%)로 확대하여 실질적인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주민투표청구심의회의 공정성. 심의회는 주민투표요건의 심사·결정과 이의신청의 심사·결정 및 청구인 서명부에 기재된 유효서명의 확인 등 주민투표청구에 대하여 심의·의결하는 매우 중요한 기구다.

그런데 심의회 의장을 부군수가 맡도록 한 것은 주민투표청구대상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의장은 민간인중에서 호선하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 맥락에서이나 공무원 위원이 3분의 1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