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하는 덕담이 이뤄지는 사회
2011-01-28 영광21
일본제국주의는 우리 민족성을 말살하고 우리 민족을 도태시키려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양력설을 ‘신정新正’이라 하고 음력설을 구정이라 했다. 그들은 명치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면서 우리 고유의 설날인 음력설은 이중으로 설을 쇠는 것이라 해 중지시키고 치밀한 전략에 따라 자기네 명절을 따르도록 강요한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서 설날을 구정이라고 하는 뼈아픈 현실이 남게 됐다. 앞으로는 구정이란 말을 쓰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세웠으면 한다.
명실상부하게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은 <고려사>와 중국 사서인 <수서隋書>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 기록됐다. 이러한 문헌에 의해 한가지 예를 들면 신라인들은 설날 아침에 서로 인사하며 임금이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일월신에게 절을 하며 예를 표했다고 전할 정도로 대대로 이어져 온 오래된 전통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설날은 광복 이후에도 일본과 가까운 군부독재세력 때문에 줄곧 양력설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한결같이 우리의 설날이 진짜 설날이란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가 1989년 ‘관공서와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정함에 따라 이젠 설날이 온전한 민족명절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설날의 가장 중요한 세시풍속은 절, 곧 세배다. 하지만 절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엉터리로 절하는 이가 많다. 어떤 이들은 “진정한 마음만 깃들면 되지 까다로운 형식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기왕에 하는 세배라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돼 예절을 지킨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절에는 큰절과 평절이 있다. 남자는 평절과 큰절의 구분이 없지만 여자는 명절을 비롯한 평상시에는 평절을 하고 혼례나 회갑과 같은 큰일이 있을 때는 큰절을 해야 한다.
그리고 흔히 세배를 하면서 세배를 받는 어른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 먼저 말하는 것은 예절에 맞지 않는다. 세배를 한뒤 일어서서 고개를 잠깐 숙인 다음 제자리에 앉아서 세배를 받은 어른이 먼저 덕담을 들려준 후, 이에 화답하는 예의로 겸손하게 얘기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것이다. 덕담은 덕스럽고 희망 섞인 말만 하는 것이 좋으며 지난해에 있었던 나쁜 일은 굳이 꺼내지 않는 게 미덕이다.
앞으로는 설날에 서로 주고받는 덕담처럼 우리 사는 세상에 희망찬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이웃끼리 서로 함께 나누고 섬기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이웃을 잠깐 들여다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애쓰는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마음을 다해 소망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