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제도를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만들기
데스크 칼럼
2004-07-01 영광21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비조달을 목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77%까지 올렸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미국의 재무장관 앤드류 멜론은 최고세율을 24%로 떨어뜨렸다. 이는 자유주의적 경제질서에 맞게 전후 시장과 정부의 기능을 되돌려 놓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1929년 세계는 예기치 못한 경제대공황을 맞이한다. 1300만 명의 실업자가 생겼고, 자본주의는 마비상태가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은 다시 55%까지 치솟았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뉴딜정책이 추진된다.
대자본가들이 뉴딜정책의 지속적 추진에 반대하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다”라는 말로 뉴딜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하였다.
케인즈의 이론에 따라 자유방임적 경제주의를 포기하고 정부가 일정 부분 통제를 가하는 수정자본주의 모델을 채택해 경제운용의 기본 틀로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한편 경제 대공황으로 다급해진 미국이 유럽에 빌려준 돈을 회수해 가자 유럽도 공황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나라는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 겨우 경제가 회생 기미를 보이던 독일이었다. 이때 히틀러가 등장했고 그가 제시한 전체주의를 위기의 돌파구로 받아들인 독일 국민들은 광적인 지지를 보내게 된다. 히틀러는 가망없는 경제위기를 전쟁으로 해결하려 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고율의 소득세제를 위주로 한 미국의 조세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보장정책을 확대 실시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고, 마샬플랜이라는 유럽부흥계획을 만들어 다른 나라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했다.
미국인들의 조세부담으로 이뤄진 일련의 정책들은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에서 나온 실천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가진 자가 손해를 보며 무한정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와 더불어 사회도 함께 성장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길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확대되더라도 사회구성원들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된다면, 그들이 다시 기업의 건전한 소비자가 됨으로써 광범위한 소비계층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10가구 중 3가구는 빛을 얻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의 빈곤층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2위이며, 개인파산자 수가 작년대비 5배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런 부정적 징후는 국민들을 점점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확산속도로 보아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부마저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조세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