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인재 주민도 한수원도 ‘황당’

10년전 하자보수후 드라이버 빠뜨린 채 봉합한 듯·정비 관리체계 재검토 필요

2011-02-17     영광21
■ 영광원전 5호기 불시정지 사고배경 알고보니…
설명절 연휴기간중인 지난 2월4일 발생한 영광원전 5호기의 불시정지 사고원인이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없는 인재였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영광원자력본부와 영광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원전 5호기의 발전정지 원인을 추적한 결과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모터안에서 약 30㎝ 길이의 ‘일(一)자형’ 드라이버가 발견됐다.

해당 드라이버는 모터의 고정자와 회전자 코일사이에 손잡이가 낀 채 발견됐다. 원전측은 이 드라이버 손잡이 부분이 회전자쪽 코일에 닿으면서 전기쇼크가 발생해 발전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RCP 모터는 한번 설치하면 원전 수명(40년)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정밀기계로 원전측은 모터안에서 드라이버가 나오자 당혹감과 함께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원전측은 전동기를 분해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2002년 5호기 시운전 당시 RCP제조회사인 독일 지멘스사의 하자보수중에 작업자 실수로 드라이버를 빠뜨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지멘스사에서 파견된 작업자들은 회전자 오일이 고정자로 새는 문제가 발생해 모터를 분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동기 전원이나 회전속도(rpm) 값이 항상 정상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 어떤 점검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전측은 발전정지 당시 문제의 모터를 교체하고 고장 3일만인 7일 5호기 발전을 재개해 8일 오후 7시10분경 전출력에 도달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5호기 이에 앞서 1월20일 증기발생기 수위지시 편차문제로 운행이 정지되는 등 불과 보름 사이 2번이나 고장을 일으킨 5호기는 물론 다른 5개 호기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불시정지 등 고장 때마다 원전측이 내 놓는 ‘발전소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경미한 고장으로 국제원자력기구 사고, 고장등급 0등급에 해당된다’는 해명으로는 지역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신뢰도를 제고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전환경안전감시센터 관계자는 “드라이버가 나왔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주민들로부터 원전에 대한 신뢰를 얻으려면 정비체계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씨도 “주요 부품 등의 하자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지만 전동기안에서 드라이버가 나왔다는 것은 수술후 시술용 메스를 사람 배에 넣어둔 채 배를 봉합한 의료사고처럼 어이없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영광원전 5호기는 상업운전을 시작한 2002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총 16건의 고장이 발생하는 등 다른 5개 호기에 비해 고장 횟수가 가장 많아 원전 관계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RPC는 원자로내의 냉각수를 증기발생기와 원자로 사이를 순환시키는 펌프로 가격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원전은 고장원인이 된 전동기를 예비품으로 교체해 발전을 재개했었다.

※ 사진설명 : 사진은 냉각재펌프 구조도. 원안은 드라이버가 들어었던 문제의 모터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