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주, 변명보다는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한 때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2011-02-25     영광21
정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형 핵발전소를 아랍에미레이트에 수출하게 돼 22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게 됐다고 거창하게 떠들더니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말들이 하나하나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면에 감춰졌던 떳떳하지 못한 거래의 흑막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 <민중의 소리>에서 밝힌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수주 미공개 계약조건과 100억달러 금융지원도 충격적이지만 공개되지 않은 계약서내용에 어떤 다른 조건들이 있을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원전수주를 자신의 치적쌓기용으로 치장하기 위해서 어떤 계약조건을 걸었던 것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요청한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수주 주계약서 전문은 정보공개요청 하루만에 비밀정보라서 공개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국제 핵산업계 내에서는 한국의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수주 계약조건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었다.

이미 밝혀진 파병과 프랑스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저가계약 외에도 고정 환율계약, 완공연기에 대한 배상, 60년 수명 전체 가동 보증 등이 계약조건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해외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프랑스가 핀란드에 건설중인 핵발전소는 애초 공사비보다 거의 두배 가까이 늘었고 공사기간도 3년이 늘어서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발생한다면 늘어난 공사비용과 기간연장에 대한 배상을 한국전력공사가 해야 하는데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나아가 60년 수명 전체 가동 보증이 계약조건이라면 가동중에 발생하는 고장과 사고에 대해서 배상을 해야 한다. 만일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손실과 정화비용, 복구비용으로 수십조원으로도 모자란다. 지난 50여년간 핵산업계에서 30~40년짜리 원자로의 평균수명이 23년 정도였던 것을 참고한다면 비록 기술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60년 수명을 보장한다는 것은 애당초 어렵고 무모한 일이다.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수주계약이 잘못되면 민간기업 한두개가 부도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한국전력공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기업 관례상 계약서 전문을 공개할 수 없더라도 국가와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약조건들은 공개해야 한다.

제발 국제관례라고 진절머리 나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국제관례라면 그런 사례를 구체적으로 예시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정말 12조원을 아랍에미레이트에 빌려주기로 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원전수주가 이뤄질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의 제안으로 원전수주기념으로 매년 12월27을 ‘원자력의 날’로 제정하기까지 한 막무가내인 정부의 처사를 보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녹색성장을 거꾸로 해석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으로 전개하고 있는 사업들이 과연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는 있는 것인지 숱한 의문으로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