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 담긴 국악보급 앞장

영광의 문화예술인49 - 판소리 한행의

2004-07-02     박은정
부채를 든 한 사람의 창자(소리꾼)가 한 사람의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창(소리 노래) 아니리(말) 너름새(몸짓)를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 가는 극적인 음악 판소리. 판소리는 순수한 우리 음악이자 모든 예술의 결집체인 종합예술이다. 이런 전통을 지키고 보급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야무진 소리꾼 한행의(31)씨.

영광국악협회 일을 오랫동안 맡아오고 있는 한의천씨의 3남 2녀 중 막내딸인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국악을 들으며 자랐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되던해 공옥진 선생의 문화생으로 들어가 배우며 처음 창을 접하게 된다. 집안 환경 탓으로 우리가락에 익숙해 있던 그는 소질 또한 깊숙이 잠재돼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소리 인생은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면서 피나는 노력을 하게된다. 이런 노력 끝에 한 씨는 전남대학교 국악과에 입학해 조통달 성창순 등 명창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갖춘 소리꾼으로서 자리를 굳혀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쌓아온 실력은 슬픈 계면조, 화평스러운 평조, 웅장한 우조, 씩씩한 설렁제, 경쾌한 경드름 등의 판소리의 극적 내용인 희노애락을 구수하게 표현하며 지역민의 귀를 하나 둘 모이게 했다. 한 씨는 영광에서 열리는 음악회나 대형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하고 초·중·고에서 특기적성교육을 맡아 지도강사로 활동하며 음악 수업시 국악을 전담해 수업하고 있다.

또 문화원이 주관한 문화학교에서 판소리, 민요, 장구장단, 무용 등도 지도하며 지역의 여러 위안잔치에도 초청돼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그는 최일선에서 지역의 학생들에게 우리음악의 자부심 중요성 등을 일깨워주고 국악을 보급하기 위해 부지런히 앞장서며 든든한 국악인으로 지역을 잘 지키고 있다.

한 씨는 “판소리는 느린 진양조, 중모리, 보통 빠른 중중모리, 휘모리 등 극적 내용에 따라 느리고 빠른 장단으로 구성된다”며 “공연 현장에서 판소리가 제 모습을 드러낼 때는 문학적 요소, 음악적 요소, 그리고 극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서 예술적 감동을 이끌어낸다”고 판소리는 음악이면서도 연극적 요소를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또 “판소리는 사회적 풍습과 문화 및 해학적인 내용에 자연의 소리와 그 이치에 맞는 잘 다듬어진 우리소리를 붙여 만들어 놓은 독특한 우리민족의 음악이다”며 “판소리는 음양오행의 우주 만물 이치와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삼강오륜의 도덕을 일깨워주고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살아가는 교훈을 주는 철학적 음악이기도 하다”고 판소리가 전하는 여러 교훈을 강조했다.

판소리는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돼 있고 지난해엔 유네스코(UNESCO)가 선정하는‘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됐다. 한 씨는 “이런 판소리는 오히려 외국에서 더 인기가 좋다”며 “역사적 우리 것의 말살 등으로 서양음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우리음악이 지금부터라도 더욱 널리 보급되고 알려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소리하는 이가 혼자 서서 몸짓을 해 가며 노래와 말로 ‘춘향전’이나 ‘심청전’같은 긴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우리 전통 음악의 한 갈래가 판소리이다. 한 씨는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관객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며 지역의 아름다운 소리꾼으로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르기를 소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