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양방향 소통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2011-05-12 영광21
지금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뜻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자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권력자가 아무도 없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다. 자기 자신은 민주주의와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느낀다. 자신이 행사하는 한표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며 주민자치주의에 참여할 현실적인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국민들의 이런 생각은 크게 틀린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그들의 ‘동의’가 필요한 자들에 의해 손쉽게 조종될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을 뿐이다. 권력자들은 선거철을 제외하고는 마치 유권자의 표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담고 다니기나 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렇다보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진정성은 사라지고 냉소주의와 소외감이 전 사회에 팽배하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절차로부터 단절된 채 소외된 국민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정당성이 상실돼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몹시 안타깝지만 이러한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4·27재보선에서 사실상 완패를 한 정부와 한나라당은 침체에 빠진 국정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5개 부처의 장관을 새롭게 바꿨다. 4·27재보선 이후 끊임없이 세간의 풍설이나 물망에 오르던 후보들은 낙마했고 교체설이 나돌던 일부 장관들은 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 언론사의 개각 예측 보도가 모두 빗나갔을 정도로 의외의 명단을 선택했다.
청와대는 어수선하게 뒤엉킨 국정을 새롭고 좋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지만 어쩐지 곤궁한 모습이다. 지역을 안배한다는 차원에서 충북과 강원도 출신을 장관 내정자로 기용한 것이나 여성 과학자와 장애를 극복한 고용노동부 차관을 발탁한 것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임명되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까지 4명의 여성이 장관급에 포진하게 되는 것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민심과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국민이 참으로 원하는 것은 개각보다는 양방향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당장 높은 물가와 실업난 그리고 부동산시장 불안에다가 저축은행 사태까지 겹쳐서 경제적 아픔에 신음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기껏 내놓은 약방문이란 것이 국민의 아픔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단순하게 나무에 비교하면 뿌리는 줄기의 권력과 같은 위엄도 없고 잎새와 같은 풍성함이나 꽃과 같은 영화와 열매와 같은 공명을 가지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라지도 않으며 오직 땅 밑에서 묵묵히 자연의 자양분을 쉼없는 노력으로 흡수해 이를 아무 바람도 없이 땅위의 자신에게 공급한다.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초목의 각 부문이 자연의 이치대로 제 소임을 다하듯 사람도 제 나름의 능력과 소임에 따라 권력과 공명과 영화를 누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눈에 보이는 성과만 거두려 한다면 그것은 제 몫만 채우는 욕심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