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은 도전하는 용기로 이뤄가는 것입니다”
■ 스승의 날 특집 인터뷰 - 영광여자중학교 김 준 석 교장
2011-05-12 박은정
목포상고 등에서 교사를 지낸 김 교장은 장성교육청 장학사, 전라남도교육청 장학사, 영광중, 염산중 교감을 거쳐 지난 2010년 9월1일 교장으로 승진, 영광여자중학교로 부임해 왔다.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젊고 패기 넘치는 김 교장을 만나 그의 교육관과 걸어온 발자취, 앞으로의 교육방향, 추억 등을 들어봤다. / 편집자주
● 30년 가까운 세월 교직에 몸담아 오면서 교육자로서 선생님만의 소신이 있다면 무엇인지
인간은 평생 동안 누군가의 스승이면서 제자다. 따라서 누구에게든, 언제든 학생의 자세로서 배우려고 노력해야 하며 또한 누군가의 스승으로서 행동거지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 영광출신으로 유난히 애정과 관심을 갖고 몸담고 있는 학교는 물론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주력하고 있는 교육방향이 있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 육성이다. 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교육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사회활동 시간이 많아지고 학생들의 학원수강 등으로 자녀와의 대화시간이 부족해 가정에서의 교육이 약해지고 있다.
사회에서는 물질만능 사고와 개인주의사고 팽배, 정보화 사회의 역기능 모방 등 많은 비교육적인 현상들을 접할 수 있다. 결국 학교교육이 가장 중요하게 됐다. 그러나 학교교육도 입시위주의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더라도 학교는 본래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것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을 양성하는데 있다.
건강한 신체는 삶의 기본이 되고 건강한 마음은 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학생 육성’을 우리 학교의 교육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 더 나아가 지역 교육발전을 위한 각 학교에서의 노력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보는지
우리나라의 농촌지역은 열악한 교육인프라로 학교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면단위의 소규모학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고장도 교육인프라가 열악하다.
그러나 최근 소규모학교의 단점을 극복하고 토론수업, 개별학습 활성화 등 다양한 장점을 찾으면서 작지만 강한 학교로 변화하는 학교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작지만 강한 학교로 변화하도록 하는 학교구성원들의 노력이 절실하며 무조건 도시학교로의 진학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 그동안 많은 제자들을 길러 내셨으리라 보는데 많은 제자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또 교직생활중 잊지 못할 기억에 대해 말씀한다면
교직 첫 발령에서 만난 김형배라는 제자다. 성격과 행동거지가 꼭 나와 닮아 동료 교사도 인정한 닮은꼴 ‘형과 아우’이면서 ‘스승과 제자’였다. 점심시간이면 다른 반과 당시 구내매점에서 제일 맛있는 간식이었던 빵내기 농구경기를 하곤 했다. 가드로서 득점력이 대단한 학생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장으로서 친구들을 위해 봉사를 열심히 하더니 지금은 나와 같은 교직의 길을 걷고 있다. 사회에서 늘 제몫을 다하며 열심히 삶을 가꾸는 제자들을 보는 것이 교사의 가장 큰 보람이다.
● 낙월면 안마도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영광지역에서 마쳤다. 학창시절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면
중학교 3학년때의 일이다. 그 시절은 눈이 참 많았다. 특히 우리고장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하다. 겨울방학전 담임선생님과 함께 근처 산으로 토끼몰이 하러 갔다.
당시에는 산에 토끼가 많이 살았었다. 나는 친구 한명과 함께 토끼를 발견하고 있는 힘을 다해 쫓았다. 그러던중 친구 녀석이 아마 지금 생각하면 지형구조가 그리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깊은 곳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가슴까지 빠진 친구는 스스로 나오지 못하고 나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눈을 파헤치고 어찌어찌해 친구는 구조됐고 우린 힘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런데 우리 앞 저만치에 아까 우리가 잡으려던 토끼가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한심한 녀석들 아주 고소하다’ 라는 표정으로….
그날 우리 둘은 동사직전의 패잔병 모습으로 귀가했고 나는 발의 동상 때문에 그해 겨울내내 고생했다.
학창시절 자연속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산과 들 그리고 정겨운 시골의 풍경을 보고 자란 우리 학생들도 훗날 도시의 아이들보다 더 깊은 감수성과 정서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하다.
● 끝으로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과 그리고 교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늘 꿈꾸자’ 즉 아름다운 도전을 해 보자는 것이다.
관중규표管中窺豹라는 말이 있다. 이는 대롱 구멍으로 표범을 보면 표범의 얼룩점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식견이 좁은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정보화, 국제화시대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려면 폭 넓은 식견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식견은 마음으로만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간접경험과 선인들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 또한 세상을 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
책속에 진리가 있고 답이 있다. 한권 한권 읽다보면 어느새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통찰력은 생을 살면서 아주 유용한 밑천이 될 것이다. 이제 이런 통찰력을 가지고 아름다운 도전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 자체다.
세상에서 우리가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학생들이 늘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인생을 아름다운 도전으로 채워갈 수 있도록 교사들도 참된 스승이 돼주길 바란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