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 살수록 어려운 세상살이

2011-06-17     영광21
대체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반복해서 하면 할수록 기술이나 정보가 몸에 배어 이전에 비해 일을 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마련인데 우리네가 살아가는 인생이란 삶은 살면 살수록 힘에 겨우니 무슨 연유인지 알 도리가 없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되풀이를 하면 할수록 요령을 터득하게 돼 전에 겪어본 상황과 유사한 일에 접하면 전보다는 더욱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게 되지만 현실에서의 삶이란 살아가면 갈수록 더욱 힘이 들어서 온통 혼이 빠지고 왜 어눌해지는지 그 까닭을 알 길이 없어 퇴화한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당사자인 나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이만 먹어 이미 지천명知天命을 넘길 만큼 적지 않은 삶을 이어왔기에 나는 몇가지를 버리길 작정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촉망을 받았던 지난날에 몰입하지 않기, 허황된 꿈을 갖지 않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에게 모진 말을 하지 않기, 잘난 체하지 않기 등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마저 벗어버리고 나니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홀가분함과 평화로움이 내 속으로 파고듦을 느꼈다.

남에게 모진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부터 아름답게 살아갈 힘이 생겨났고 가급적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을 먹으면서 내 행동을 돌아보는 여유까지 갖게 됐다.

잘난 체하지 않으면서부터 삶은 정말 편안함이란 선물을 내게 보내줬다. 원인을 찾지 못하는 통증으로 인해 4년째 애를 먹고 있는 나도 마음은 오히려 평안하니 선물이 아닐 수가 아닐 수 없다. 마음을 내려놓기 전에 비해 통증의 정도는 훨씬 심하지만 견디는 힘도 그와 비례해서 강해지는 느낌이다.

모든 욕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욕심을 하나 둘 내려놓은 지금은 차라리 홀가분하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통증속에서도 “인간 세계에 당신이 나를 보냈으니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하면서 일체 만물의 법칙을 되돌아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누구의 삶이든 쉽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 부자에서부터 가난한 자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참으로 힘들고 고통을 수반한다. 남의 일이라고 해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서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어렵다.

특히 가족은 언제까지나 미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원수로 삼을 수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영원히 못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피와 뼈를 나눈 가족은 그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래서 내일을 위한다고 오늘의 시간을 저축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이라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사용하지 않으면 내일이라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 이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내일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특별한 경우는 세월의 두께 속에 권력의 실세가 된 조상을 둔 무리가 아니면 출중한 지혜로 특별한 대접을 받는 무리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그는 아주 잘 산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지위와 명예 그리고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이는 잘 산 사람이 아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만큼이라도 일궈낸 사람들은 아픈 세월을 힘겹게 살아온 어르신들이다. 그 중에서도 당신의 처지도 어려운데 재산을 흔쾌히 학교의 장학금이나 보육원의 운영기금, 양로원의 운영비 등으로 기부한 이들이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고 하는데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수호천사들이다. 갖은 어려움을 딛고 우뚝 선 아름다운 모습에서 이 땅에서는 희망을 충분히 엿볼 수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