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배우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아”
사회복지시설탐방 / 영광성당 한글교실 <영광읍>
2011-07-22 영광21
오전 10시 시작되는 수업에 맞춰 8시30분행 버스를 타고 나왔다는 어르신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전혀 없고 싱글싱글이다.
“옴메 나도 군서에서 왔당께. 여그 양반은 불갑 그리고 저그 우리 모두의 딸이자 며느리는 군남이 집이여….”
이처럼 천주교 영광성당에서 매주 수,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진행되는 한글교실에는 백수 군남 군서 불갑 영광읍 등 여러 지역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고 연령 또한 다양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만큼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2001년부터 성당 교우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한글학교가 주위에 알려지게 됐고 점차 영광군을 포함한 함평 고창지역의 어르신들도 한글을 습득해 졸업(?)하는 과정을 거쳤다.
“나는 못 배운게 평생 한이였어. 그런디 이렇게 내 이름 쓰고 필요한 것 있음 천천히 읽어보고 그리고 세금이라도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여그서 졸업하라고 해도 계속 댕길것이여”라는 한 어르신은 “누가 시켜서는 절대 못할 것이여. 책가방만 들고 왔다갔다만 해도 이것이 사는 낙잉께”라며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반장을 맡아 학생들을 대표하고 있는 남천리 김현순(39) 씨는 “아이들 서둘러 학교 보내고 참석하고 있다”며 “재미삼아 시작했는데 이제는 함께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우울을 잊고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군남에 둥지를 튼 김팔리씨도 “여기 오는 동안은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어요”라며 “여기 같이 공부하는 분들이 딸처럼 대해 주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모두 친절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옆교실에서는 한글학교 초급반 학생들도 중급반 학생들에게 뒤질세라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놓고 열공(?)중이다.
초급반 담당 선생님은 “우리 초급반은 실생활 중심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일기쓰기
를 비롯해 색칠, 그리기 등 편안하게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10여년이 넘는 동안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한글교실은 영광성당 그리고 수녀들을 비롯한 여러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배려와 동행이 아니였을까? 물론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함께….
“8월 한달간의 방학후에는 수학공부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늦게라도 배우고 싶거나 자신의 재능을 나눌 자원봉사자 여러분 언제든 환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