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숲이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
산이야기 - 오대산 노인봉(1,338m)과 소금강 계곡
2004-07-23 영광21
처음부터 겁을 주는 듯 긴 철계단이 기를 꺾었다. 가파른 능선길은 낙영폭포가 나오기 직전까지 1시간이 넘도록 계속된다. 서다가고 서다가고 또 서다가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스런 내리막길은 계속된다.
그러다 어디선가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새 능선길이 끝나고 깊은 계곡의 바닥까지 내려선 것이다. 마지막 계곡길의 나무계단에 걸쳐 앉아 피로를 풀며 숨을 돌린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금강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계곡에 첫발을 들어서면서 바위밑으로 비스듬히 누운 낙영폭포가 보인다. 소금강계곡 하산코스의 기점으로 삼는 장소다. 소금강 상류라 그런지 폭포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저 그런 와폭이다. 그래도 계곡길 시점의 이정표답게 친근감이 든다. 이제부터 소금강계곡은 굽이굽이 휘어지며 연곡천을 향해 달려간다.
사문다지계곡 입구를 지나자 본격적인 절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방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였다. 과연 작은 소금강이란 이름에 걸맞은 풍광이다.
광폭포 삼폭포 백운대를 거쳐 만물상에 이르자 동양화속 풍광은 절정을 이룬다. 귀면암 향로암 백마봉 일월암 탄금대 등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줄을 섰다. 계곡은 그 사이를 이리저리 비틀며 뚫고 나간다. 구름다리를 지나면서보니 앞뒤로 꽉 들어찬 험상궂은 바위벽들이 사뭇 위압적이다.
과연 소금강이구나! 명승1호의 명성이 헛것이 아니었다. ‘노인봉에서 여기까지 고생하며 산행한 보람이 있구나’하는 마음에 피로를 뒤로 한 채 어우러진 소금강의 비경은 설악산이나 지리산과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만물상을 지나 하류로 내려가면서 한동안 절정의 아름다움의 여파가 지속된다.
넓적한 암반위로 흐르는 물과 우리들의 감동이 함께 춤을 추듯 그렇게 소금강은 멋진 곳이다. 입산통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니 정면에 구룡폭포가 장엄한 자태를 들어낸다. 아홉개의 폭포가 줄지어 떨어지는 모습이 용이 꿈틀대는 것 같다해서 구룡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홉 개의 폭포가운데 위에서 두번째 소를 상팔담 여섯번째 것이 군자폭 가장 아래 것을 구룡폭포라 부르며 나머지는 이름이 없다.
각각의 폭포는 나름대로 자연미를 갖추고 있으나 아홉폭포가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다. 구룡폭포 하류의 삼선암과 식당암을 지나 다리를 건너니 금강사라는 암자가 나타난다. 20여년전만 해도 허술한 법당하나로 명맥을 유지해 오던 작은 사찰이 지금은 대웅전과 요사채가 들어선 커다란 사찰이 됐다.
금강사를 지나 다시 좁아지는 숲길을 따라 30분쯤 내려서면 청학산장이다. 울창한 소나무숲 한편에 자리잡은 이 산장은 1971년 대피시설로 지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계곡을 건너는 곳의 다리들이 완공되면서 대피소로서의 기능을 잃고 탐방객들의 쉼터역할을 하고 있다.
산행 길잡이
노인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만이 목적인 사람은 진고개에서 출발해 다시 진고개로 돌아오는 왕복코스가 좋다. 약 4시간 정도. 노인봉에서 대피소를 지나 청학동 주차장까지는 5시간30분에서 6시간이 걸리니 겨울철엔 보온의류나 비상식량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진고개 휴게소에서 노인봉∼소금강 주차장까지의 완주시간은 7시간30분∼8시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