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오소리가 우리에겐 효자 효녀지요”

앞서가는 농업인 58 - 양봉·오소리 / 손종인 박임순씨 부부<홍농읍 칠곡리>

2004-08-09     박은정
10년만에 찾아 왔다는 폭염이 연일 계속 되며 사람과 자연을 모두 지치게 하고 있다. 무더위를 속에서도 무엇인가 관리하느라 바쁜 부부 손종인(62) 박임순(57)씨. 그것은 마당에 있는 벌통과 사육장에서 잘 자라고 있는 오소리를 돌보는 모습이었다. 이곳 홍곡리에서 4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온 손 씨 부부는 계란을 부화하는 축산업과 지하수개발업 등을 하며 벼농사와 밭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손 씨는 “오래 전부터 양봉을 조금씩 해오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통수가 늘어 현재는 200여군이나 된다”며 “예전에는 벌통의 수가 작기도 했지만 유채꽃 등이 많아서 양봉 채취가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일기관계 때문인지 기르는 벌들이 꿀을 충분히 채취할 수 없어 꽃이 피는 계절이면 경기도 강원도 등지로 꽃을 따라 벌통을 이동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전했다.

특히 올해 꿀 수확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꿀은 평균 한해에 6~7드럼 정도 되고 도시 등지에서 한번 구입해간 소비자들과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지역주변을 통해 생산된 꿀은 모두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손 씨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오소리도 사육하고 있다. 오소리는 원래 야생 동물이지만 요즘은 건강식품과 약용을 목적으로 우리에 가둬 사육을 하고 있다. 이런 오소리는 야생동물로 고가의 사료를 먹이지 않아도 돼 사육비를 절감하는 등 여러 잇점이 있고 사육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후에 힘든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오소리를 키우게 됐다”는 이들 부부는 “오소리는 2~3일에 한번씩 먹이를 주면 되고 오소리를 사육하고자 하는 농가분양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사육의 편리함과 수익을 밝혔다.

그는 또 “오소리는 타고난 건강하므로 질병에 강하고 잘 자라 다른 가축의 사육보다 일손
이 적게 든다”며 노령화되는 농촌에 오소리를 키워 볼 것을 권장했다. 오소리는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고 곰처럼 겨울이면 동면에 들어간다. 이런 오소리의 특성을 고려해 손 씨 부부의 사육장은 오소리가 들어가 쉴 수 있는 굴 같은 모습의 시설로 지어져 있다. 이곳에서 50마리의 오소리가 현재 사육되고 있다.

어릴적 부모를 일찍 여의고 고생을 많이 한 손 씨는 ‘근검절약’을 가장 우선으로 허황된 삶이 아닌 정직함을 추구하며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 욕심없이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온 이들 부부는 노후의 건강한 삶을 마당의 ‘꿀단지’와 ‘오소리 가족’이 잘 지켜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