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2011-11-17     영광21
한미FTA로 연일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그러면 ‘한미FTA’란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나라 전체가 이렇게 요동을 치는 것인가? FTA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영문 약자로 국가 또는 지역 간의 상품 및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시키는 배타적 양자간 특혜 무역협정을 말한다.

특정 국가간의 상호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시키는 협정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해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사이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이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은 그동안 대개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이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흔히 지역무역협정(RTA:Regional Trade Agreement)이라고도 부른다.

그 외에도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크게 두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고유한 관세와 수출입제도를 완전히 철폐하고 역내의 단일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유럽연합이 대표적인 예다.

다른 하나는 회원국이 역내의 단일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하지 않고 자국의 고유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역장벽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대표적인 예다.

얼핏 보면 서로에게 이익인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힘센 쪽이 유리하게 돼 있다. 미국 대외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해서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MIT공대의 노엄 촘스키(Avram Noam Chomsky) 교수는 <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라는 책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사실상 미국의 기업을 위한 미국의 경제지배 전략에 불과하며 자유무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자유무역협정은 초국적 기업과 은행 그리고 이들의 뒤를 봐주는 국가가 작성해 체결한 투자자들의 권리 계약에 불과하다고까지 지적한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이 쏟아낸 말로 인해 ‘자유무역협정은 곧 수출 증대’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미국의 정체’를 거듭 벗겨낸다. 미국이 제3세계에 원하는 것은 민주화가 아니라 미국을 지배하는 민간 독재자인 기업들이 수탈하기 쉽도록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이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협정이란 것이다.

그렇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등과 체결한 가장 대표적인 자유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보면 1994년 NAFTA가 체결된 뒤 그 결과로 멕시코는 빈곤화가 더욱 심해졌고 캐나다는 미국과 멀어져 오히려 중국과 더 가까워지고 말았다. 한미FTA 국회비준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시점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에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들이 예상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미국의 탐욕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상 기업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예로 2010년 1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업들이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대줘 선거를 치르게 하는 정치적 투자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했다.

민주주의의 기틀인 선거마저 기업들의 투자행위로 전락했다고 분노하는 미국의 지성인들은 이 판결이 난 날을 ‘미국 민주주의가 암흑으로 빠진 날’이라고 칭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가 아니라 자국의 문제를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나라라고 한다. 즉 국부를 민중에게 분배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는 나라를 가장 경계한다는 뜻이다. ‘믿지마라. 미국놈!’이란 말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