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회는 사기꾼 소굴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2011-11-24 영광21
TV를 통해 거의 실시간 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을 바라보던 국민들은 또 다시 펼쳐진 아름답지 못한 광경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찬성한 의원은 151명, 반대는 7명, 기권은 12명이다.
찬성 의원중 140명은 한나라당 소속이고 나머지 11명은 미래희망연대·자유선진당·무소속 의원이다. 반대의원 7명중 6명은 자유선진당 소속이고 한나라당에서는 황영철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국회 바로 세우기 모임’ 소속인 의원들이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여당과 야당은 이번 비준동의안 의결에 앞서 네차례에 걸친 끝장토론과 대통령의 국회 방문 설득 등 여느 때보다 진지한 논의를 거듭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틀 뒤인 24일에 본회의를 예정해 놓고 기습적으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점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어 치가 떨린다.
국회법상 휴회결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때라도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는 그 뻔뻔함에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다.
이제 한미FTA라는 ‘거짓의 문’이 열렸다. 그동안 FTA 효과를 거짓으로 일관한 정부와 한나라당은 초유의 사태를 겪을 것이다. 날치기 처리한 22일 한미FTA에 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전문가들이 한미FTA가 미칠 악영향을 조목조목 경고했다.
22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연 ‘치명적 독, 한미FTA 비상국민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는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라고 규정하고 “한미FTA의 경제효과는 설사 있다 해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12월 정부의 재협상에 따라 “한미FTA는 더욱 더 잘못된 협상이 됐다”며 “대미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FTA안이 만들어진지 4년 반이 됐다. 그동안 곡절도 많았지만 이젠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 FTA가 불러올 엄청난 파장만 남아 있다. 밀려올 파장을 엄밀하게 살피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약속한 대로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반대해 온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온갖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지혜를 모아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고 장래를 밝게 하는 최종적인 헌법기구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미FTA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더 많은 국가적 과제 그것도 여당과 야당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얽힌 많은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당장 18대 국회 마지막 예산안 처리가 시한을 앞두고 있다. 국가 최고 단계의 의사결정기구가 이토록 사생결단하듯 투쟁적이고 소모적으로 운영된다면 사회는 불안해지고 나라의 앞길은 안개 속처럼 답답해질 것이다.
아니 국민들은 지금도 팍팍하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중산층이 사실상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런 국회와 정부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에 다다랐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성난 민심에게 혹독하게 얻어터질 것임을 똑똑히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