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이명박 정부에 주는 처방전
2011-12-29 영광21
이 보인다.
사진으로 남겨 선거나 광고에 이용하려는 모리배에서부터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랑의 손길까지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도 남이 모르게 은밀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가장 빛이 나는 보석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월4일 한 노신사가 1억1,00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고 홀연히 사라져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글만 덩그러니 남기고 자기 이름은 알리지 않았다. 어떤 존경이나 감사도 사양한 것이다. 우리를 감동케 하고 부끄럽게 한 순수하고 멋진 기부였다.
요즘 우리 사회분위기는 어수선하고 암울하다.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려 이합집산하고 사회는 이념으로 갈라져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사정기관들은 서로 삿대질을 하고 부패는 증가해 투명성 지수가 세계 39위에서 43위로 떨어졌다. 경제성장은 주춤하고 물가는 자꾸 올라간다. 수출은 늘어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절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희생과 사랑으로 사회를 보듬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놀랍게도 최근에 우리 사회에 기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부총액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0.8%로 미국의 2.2%에는 미치지 못하나 선진국의 평균은 웃돈다.
그 동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기부했지만 최근에는 부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 예로 범현대가가 1조원, 정몽구 회장이 6,000억원, 안철수 교수가 1,500억원을 기부해 부자들도 기부대열에 서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원봉사, 물품기부, 재능기부도 늘어나고 있다. 의사들의 무료진료, 변호사들의 무료변호가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과 억울함을 덜어주고 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본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우리 사회에 빈부격차가 심해져 갈등지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서 네번째로 높게 나왔다. 복지논쟁이 뜨거운 것은 당연하다. 국가의 공공복지는 물론 필수적이다.
그러나 복지수요의 일부가 기부로 충당된다면 복지운영이 더 효율적이 되고 비용도 절감될 것이다. 의무적으로 바치는 세금보다는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가 사회분위기를 훨씬 더 따뜻하게 하고 원망과 갈등을 줄일 것이다.
우리 한민족에게는 본시 기부 유전자가 있다. 1906년 나라가 외채에 시달릴 때 서민들이 담배를 끊고 폐물을 팔아 국채보상운동을 일으켰고,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는 부족한 외환을 채우려고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다.
역사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랑스러운 일들이다. 이런 전통을 다시 살리고 익명으로 기부한 그 신사를 본받아 가능한 많은 시민이 기부행렬에 동참한다면 반드시 기부 선진국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자신이 바라는 세계만이 진짜라고 믿고 자신이 실제로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을 오히려 허구라고 판단하는 정신병을 말한다. 거짓말의 세계에 완벽하게 자기를 주입시켜 일치시키는 현상으로 ‘리플리 효과’라고도 한다. 나는 이명박 정부가 이 병에 걸렸다고 본다.
인격장애의 한 유형인 ‘리플리 증후군’은 개인의 성취욕은 크지만 사회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돼 있는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이명박 정부가 이 병에 걸렸다고 하는 것이다.
오기와 독선으로 가득찬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화부터 난다. 무슨 놈의 거짓말을 그렇게도 잘하는지 이따금씩 놀라곤 한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현실을 바로 보고 국민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를 파악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