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식 자본주의를 벗어나야 상생의 길이 열린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2012-02-02     영광21
수많은 서민들이 설명절을 지내면서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나라 안팎의 경제지표도 예사롭지 않다. 안으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고 낮아졌다. 또 1월의 경상수지는 적자가 예상된다.

밖으로는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내리막이다. 물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갈수록 삶이 팍팍한 서민들은 뾰쪽한 대안이 없어 모두 울상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어려움 그 자체라서 걱정이다.

게다가 최근의 경기둔화는 단순히 순환적 차원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 도사리고 있다. 즉 경기둔화의 내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국내 경제상황을 살펴보자. 몇몇 수출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그런데도 가계소득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계층이 적지 않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달리 얘기하자면 경제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수출마저 낙관할 수 없다. 경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정책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금리와 환율은 물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릴 만큼 재정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세계경제의 환경도 비슷한 수준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빠진 나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미국과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유럽이 그렇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초저금리로 돈을 풀고 있다. 재정지출로는 안되니 돈을 찍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기대한 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빚더미에 빠진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거품확산의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기에 관계없이 주가가 요동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결국 최근의 경제위기는 상당부분 빈부격차의 심화,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본의 탐욕을 방치한 ‘정글식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정글식 자본주의란 ‘승자의 파티’만 존재하는 자본주의를 말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세계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말 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말 것이다.

때마침 지난 1월25일부터 29일까지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 다보스에서는 세계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개최됐다. 올해 포럼에서는 세계 경제위기를 의식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적극 옹호했던 과거의 태도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의 문제를 찾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명확한 결론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러한 가운데세간의 박수를 받은 이는 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전면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였다. 빌 게이츠는 포럼기간중 기자회견을 열어 에이즈, 결핵퇴치 등을 위해 설립된 기금에 7억5,000만 달러(약 8,43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통큰 자선가’의 면모를 보였다.

선진국들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최빈국 원조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에서 게이츠는 경제위기는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의 부자들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왜 다른 것은 선진국의 행위라면 못따라 해서 안달을 하면서도 기부행위나 분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