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의 끝은 또 다른 행복의 시작입니다”

조재순 <여산실버복지센터 요양보호사>

2012-02-23     박은정
영광읍 녹사리 한 아파트에서 잰 걸음으로 움직이는 조재순(57)씨를 만날 수 있었다.

“주민들에게 배급된 쌀이 있어 전달해 주고 오는 길입니다.”

자그마한 키에 고운 얼굴이었지만 그간의 세월속 야무진 내공이 느껴지는 그는 녹사3리 이장을 8년째 맡고 있다.

함평 손불 출신인 조 씨는 집안 이모의 소개로 스무살 때 영광이 고향인 남편을 만난 결혼
했다.

2남4녀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조 씨는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남편과 방앗간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조 씨가 서른살이던 해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인생은 역경속으로 빠져들게 됐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혼자 힘으로 4남매를 키워야 했고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방앗간도 이끌어 가야 했다.

쌀방아를 비롯한 고추방아, 떡방아 등을 찧고 떡을 만들어 배달하며 고단한 생활을 이어갔던 조 씨는 남편이 사랑으로 남기고 간 열살, 일곱살, 다섯살, 세살의 자녀들을 씩씩하게 키우며 열심히 생활했다.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날 줄 알았으며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그랬다 하는 아쉬움도 컸지만 아이들만 남기고 떠난 남편을 원망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일념은 힘겨운 삶을 지탱하도록 하는 힘이자 용기였으니까요.”

자식들을 키우며 모진 삶을 살면서도 조 씨는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생활했다.
자녀들이 크게 속썩이지 않고 무탈하게 잘 성장하자 조 씨는 40대 초반부터 여성단체 활동을 시작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했고 농악단에서 장구 등을 배우며 취미활동도 넓혀갔다.

현재 영광읍여성이장단 부단장과 영광읍번영회 이사 등을 맡고 있는 조 씨는 방앗간사업이 예전만 못하고 힘에 부치기도 해 쉬엄쉬엄 일을 하며 지난해부터 요양보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교대근무가 많고 야근 후에는 쉬는 날이 있어 틈틈이 마을일도 보고 방앗간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조 씨.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과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보호사 일도 꾸준히 하고 싶다”며 “힘겨웠던 지난 세월도 모두 지나가고 이제는 행복한 날만 남았다”고 즐거움을 표시했다.

남편없이 홀로 27년간을 살아오면서도 흔들림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조 씨는 고생한 지난 날들을 교훈삼아 ‘알뜰’ ‘살뜰’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녀들과 손주들의 건강한 삶을 기원하며 주민들의 심부름꾼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