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음식과 깔끔한 요리, 믿음을 드립니다”
불갑 민속정
2012-04-19 영광21
영광의 대표 명산 불갑산의 상춘객도 영광뿐 아니라 인근 광주를 비롯해 외지에서 온 관광버스로 만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그렇지만 불갑산은 등산후 즐기는 식문화가 제격이다.
봄을 맞아 붐비는 식당가 그중에서도 <민속정>하면 온갖 나물이 어우러진 보리비빔밥과 한방오리가 먼저 떠오른다. 거기에 멋드러진 두건을 쓴 얌전하고 훤칠한 키의 김오순 대표.
군남에서 막내딸로 태어나 2남1녀중 둘째 아들로 농협에 다니고 있던 구자춘씨를 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결혼해 시부모님과 살고 싶어서 베이지색 벽지로 신혼집을 꾸몄다.
장사하는 사람은 내것 네것이 없듯이 방이 부족하면 신혼방까지 손님들을 맞아들이기도 했고 약술을 주시던 시부모님의 인심은 좋았다.
남편 구자춘 대표가 농협을 그만 두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음식 장사에 매진했다.
안방마님인 김 대표는 사실 2대째 <민속정>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불갑면 부춘리가 고향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영광읍에서 20년 가까이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국수도 팔았다. 장날이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맛을 보고 갈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 당시 작은 시아버지 소유였던 <서해산장>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불갑사 일주문 위쪽에 있던 2층 건물로 아주 크고 그늘도 좋은 곳으로 시부모님이 이곳에서 음식장사를 시작하셨다. 바로 김 대표는 시부모님의 업을 이어받아 오늘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것.
예약해서 들면 더욱 담백한 한방오리
손맛이 좋은 시어머니가 밑반찬은 물론 나물을 다듬고 삶는 것까지도 직접 해내며 들기름으로 나물을 묻혀 담백하다. 보리밥과 정갈하게 담긴 나물을 씹을 때 느껴지는 깊은 맛은 산사 근처에 자리한 고즈넉함까지 더해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한다.
밥값보다 더 받으면 안될 것 같아 저렴하게 선보이는 파전은 집에서 맛볼 수 없는 아삭아삭함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곁들여 마시는 대마동동주의 맛은 단연 으뜸이다.
신선한 재료는 날마다 영광에서 조달한다. 시아버님이 아랫동네에서 직접 키운 닭으로 요리한 닭도리탕은 들깨가루가 들어가 구수하다.
특히 중요 한약재와 오가피, 황기, 감초, 은행, 밤이 들어간 약오리에 첨가된 육수는 <민속정>만의 비법이다. 한방오리는 즉석에서 주문하기보다 예약한 뒤 맛보면 더욱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의 아룸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완연한 봄에 <민속정>을 찾아 맛의 묘미도 즐긴다면 일석이조의 나들이가 될 것이다.
인터뷰 / 김오순 불갑 민속정 대표
어머님의 손맛과 며느리의 정성으로
장사가 힘들어 지난해 그만 두려고 했지만 어찌되다 보니 지금까지 일을 계속 하고 있다. 항상 처음 마음과 같이 한 사람 한 사람 기억하려고 노력하며 찾아 주시는 분들의 취향에 맞게 좋아하는 것들을 염두해 둔다.
잊지 않고 찾아주신 손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고 하지만 바쁠 때는 시간이 없어 죄송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시부모님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제 편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바쁠 때면 일손이 필요해서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자리해 있다. 음식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고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은희 기자 blesst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