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조합원 눈높이에 맞춘 농협운영

은성채 / 전 염산농협 조합장

2012-04-27     영광21
마을로 들어서니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은성채(66) 전염산농협 조합장.

그는 마을 주민과 터가 넓은 집 앞마당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지금 집터인 염산면 오동리에서 5남6녀의 맏아들로 태어난 은 조합장은 군남중을 거쳐 군대 제대후 5남4녀의 맏딸로 태어난 지금의 부인과 중매로 만나 가정을 이뤘다. 부부 사이에는 1남2녀의 자녀들이 다 성장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은 씨는 젊은 시절 농사를 지으면서 1980년대 후반 평민당 지역협의회장 등 정당생활을 했다. 그러다 김대중 전대통령 당선 이후인 1998년 2월 염산농협조합장으로 뽑혀 조합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8년 동안 맡아 왔다.

임기 당시 IMF의 여파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국에서 30여명 주는 <이달의 새농민상>을 2년마다 1명 꼴로 염산농협에서 배출해 8년동안 4쌍의 부부에게 선진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한 성과는 조합장 시절은 물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은 씨는 재임시절 농협직원들과 극기훈련으로 해병대 체험도 하고 ‘카페’라는 소책자도 만들어 조합을 운영했다. 또 이름도 못쓰는 사람도 있고 통장비밀번호도 기억 못해 거래가 어려운 사람도 있기에 “농민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았더라도 농민들 수준에 눈높이를 맞춰 담당업무를 추진하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그 때문인지 그는 2004년 7월 제43주년 농협 창립기념일을 맞아 총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지역내 6개농협 중 업적평가 대상인 총화상을 최초로 받아 더 화제가 됐다.

“대내외적인 어려운 여건 때문에 나타난 조합원들의 욕구 또한 크기 때문에 좋은 소리도, 안좋은 소리도 듣게 된다. 100% 모두 좋은 소리 듣기는 어렵지만 51%가 잘한다고 생각하면 성공이다”는 전조합장.

몸소 3,000평의 벼농사를 지으면서 호젓이 동네산을 오르내리고 또 외손자들을 돌보는 부인을 위해 운전기사 역할을 해주는 안빈낙도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진농촌구현이라는 농협인으로서의 자세를 잊지 못한 듯 그는 다시 현장에 나섰다.

조합장 출신이라는 체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농업기술습득과 교류를 통해 활기찬 농촌이 되어보자는 정신으로 활동하는 염산면농촌지도자회장을 최근 맡아 3년간 팔을 걷어부치고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 것.

높고 낮음을 떠나 일선현장에서 파묻혀 사는 그의 모습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박은희 기자 blesst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