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광우병 소용돌이
2012-05-03 영광21
광우병이 9년 동안 4차례나 발생한 것이다. 이 정도면 드문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대해 정부는 일단 검역비율을 3%에서 10%로 늘리겠다는 대비책을 내놓았다. 밋밋한 정부대응을 놓고 세간에서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왜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 같은 조치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4년전 광우병과 관련해 촛불시위가 전국을 휩쓸 때 당시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대로 정부가 약속을 지키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발생한 광우병을 과거와 달리 위험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광우병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이다.
닭의 뼈와 같은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생긴 일반적인 광우병이 아니라 늙어서 나타나는 형태의 광우병이란 것이다. 미국에서 일러준 대로 말하는 앵무새가 된 것이다.
비록 노화 때문에 생긴 광우병이라 할지라도 사람에게 전염되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료가 원인이 아니라면 다른 소들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얘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발병원인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농무부의 진단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쪽 주장만을 수용해 사전 예방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캐나다와 멕시코, 일본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입중단을 선언한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정부는 이번에 광우병에 걸린 소는 30개월이 넘은 젖소로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는다며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정부란 말인가. 미국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하수인임이 틀림없다.
정부 설명대로 이번에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고 덜 심각한 것이라면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광우병과 관련해 국민들의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설명하고, 광우병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가 우리 사회에선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된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 쇠고기는 15만4,000여t으로 수입쇠고기의 37%나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미FTA가 발효된 직후부터 30개월이 넘은 쇠고기도 수입하라며 은근히 압박을 해왔다. 미국 쇠고기가 더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기에 국민들이 광우병 문제를 심히 걱정스럽게 보는 것이다.
게다가 광우병 소가 발견된 미국에 파견된 민관합동 조사단의 구성이 무늬만 민관합동일 뿐이고 실상은 모두 조사단 9명중 8명이 전·현직 공무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대표라는 1명은 식품안전에 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이다.
또한 광우병 주범으로 알려진 소 사료인 육골분을 미국에서 97%를 수입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의 전시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대통령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했던 정부가 지난 4년간 언론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 측근 인사들은 뒤로 개인의 잇속을 챙기는 불법을 저지르고, 온갖 편법을 동원해 대한민국의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현실이 마냥 수치스러울 따름이다.
박찬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