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라도 어르신들의 노래가 최고예요”

원덕산경로당 / 군서면

2012-05-03     영광21
봄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농촌의 들녘엔 4~5명이 짝을 지어 비닐을 씌우고 지지대를 꽂는 고추이식이 한창이라 동네어귀는 조용하기만 하다.

일행이 방문한 날은 대한노인회 소속 양현숙 강사의 민요교실이 계획된터라 어르신들은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금새 가방을 들고 순한 학생이 돼 한분 두분 얼굴을 내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겨울내 여기에서 모여 놀다가 이제 정신이 없네. 고추이식이 한창이라 밭에들 가고 비오는 날이 우리가 쉬는 날이여. 그래도 오늘은 선생님이 오시는 날인께 집에 얼른 가서 씻고 올란게 조금만 기다리란께”라는 군서면 덕산1리 원덕산경로당(회장 정순금) 어르신들.

1995년 건립돼 마을회관과 경로당으로 이용되고 있는 가운데 어르신들은 “원덕산하면 단합 하나는 끝내주는 마을이다”며 “유머가 넘쳐 흐르는 김선일 이장 그리고 며느리보다 더 따뜻하게 우리를 살피는 김금자 부녀회장 등 젊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부족함 없이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보인다.

김선일 이장은 “정순금 노인회장이 품앗이로 고추일을 가서 함께 하지 못했다”며 “군서면 소재지를 지나 드넓은 평야가 넘치는 우리 마을은 45가구에 70여명의 주민이 모여 생활을 일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논농사를 비롯한 고추 담배 양파 등의 밭작물을 재배해 소득을 창출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태양초 고추는 단연 으뜸으로 마을의 자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6년간 노인회장을 맡아오다가 지난해 자리를 이임한 김병님 전회장은 “2010년부터 매주
월요일이면 노래교실로 흥을 돋고 있다”며 “농번기철에는 조금 덜 모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열의와 함께 우리들도 한번 배운 노래는 다 외울 정도로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모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겨울엔 마을주민이 이곳 경로당에 거의 모여 밥상을 5개를 펴도 부족한 상황이라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한편 원덕산마을 주민들은 팔순을 맞이한 정혜숙 어르신 자녀의 희사금으로 오는 8일 어버이날 마을잔치가 예정돼 있다. 김금자 부녀회장은 “우리 부녀회에서는 매년 폐품 등을 수거해 어르신 목욕탕 나들이와 어버이날도 조촐하게나마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며 “이번 어버이날은 조금 더 음식을 준비해 그동안의 노고와 고마움을 전달할 계획이다”고 수고스러움에도 더 베푸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동포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얼사안고 좋아 웃음으로 뉠리리야~”라는 어르신들의 노래가 비록 엇박자라도 최고의 소리도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