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갈매기의 천국 죽어가는 칠산도 ‘황폐화’
개체수 기하급수 증가 민둥산으로 변모·환경복원대책 마련 시급
괭이갈매기와 노랑부리백로, 저어새의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월면 송이리 466번지 칠산도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괭이갈매기로 인해 황폐한 환경으로 전락해 가고 있어 환경복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칠산도가 천연기념물 제389호로 지정된 것은 지난 1997년 12월. 그로부터 15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돼 왔다. 천연기념물 지정 이전만 해도 괭이갈매기의 천적은 섬 출입이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천연기념물 지정 이전에 대한 현지인들의 전언에 따르면 괭이갈매기의 번식기가 되면 인근 주민들은 갈매기알을 수거하러 다녔다. 수거시 20㎏ 가량은 거뜬했다는게 현지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이곳은 고사리 산지로 이맘때면 해 풍을 맞고 자란 무공해 고사리의 인기에 고사리를 채취하러 아낙네들이 자주 찾아 고된지도 몰랐을 정도였다는게 현지인들의 당시 회고였다.
그 이후 칠산도는 일부 낚시꾼에 의한 산불과 고양이 방사 등으로 피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민간인 출입통제로 천적이 없는 괭이갈매기의 천국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취재차 방문한 전남일보의 현지확인 결과 칠산도의 상당부분이 나무는 물론 풀한포기 조차없는 황폐한 곳으로 변화가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랗게 자랐던 소나무는 한그루도 남아있지 않고 점차 민둥산으로 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섬의 정상부에 몇그루 안되는 3~4m의 예덕나무와 보리수나무, 땅 위에 몇포기 남은 밀사초가 그나마 녹지로 남아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잡초나 나무 등이 사라지면서 칠산도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로도 맞지 않은 열악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어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녹지공간의 부족에 따라 어미 갈매기가 산란한 알들이 둥지가 아닌 맨땅에 있는 것이 태반이었다.
이 같은 땅도 천연기념물 지정 이전시기와 비교할 때 갈매기가 산란을 위해 땅을 파헤치면서 최대 20㎝ 가량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사라져버린 녹지로 인해 평지가 매년 산란장으로 흙이 파이고, 흙은 장마철 빗물로 유실이 반복되는 현상이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란된 알이 부화하지 못하고 깨지거나 갓부화한 새기들의 사체가 나뒹굴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희귀 철새들의 보금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도 배설물에 강한 식물종을 개발해 심는 식생복월 대책 등을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