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보급·정착 앞장선 고마운 ‘숨은 공로자’

앞서가는 농업인 62 - 대파 재배 / 허만은 신순자씨 부부<염산면 두우리>

2004-09-02     박은정
이미 가을 내음을 풍기는 찬바람이 봄, 여름에 흩어 놓은 여러일들을 정리해야함을 재촉하고 있다. 공기만 마셔도 가슴이 아린 슬픈 계절이지만 가을은 수확의 기쁨을 알려주는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아직 어린모습을 하고 있는 대파. 염산면 두우1구에서 2만2천평의 대파밭을 가꾸고 있는 허만은(59) 신순자(61)씨 부부는 경상도에서 대파 농사를 짓기 위해 1980년 영광을 찾아온 이방인들이다. 현재는 부산직할시 명지동으로 편입된 경상남도 김해군에서 대파농사를 짓다 채소도매업을 하는 선배의 권유로 영광을 찾게 된 이들 부부는 지역농가들의 밭을 매입해 대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영광지역에는 대파농사를 짓는 농가가 하나도 없었다. 이들 부부는 농사 첫해부터 대파농사를 잘 지어 큰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를 지켜본 주변농가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대파재배를 하나 둘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재배를 시작한 농가는 두우리 일대만도 지금은 40농가를 넘고 있다. 현재 대파단지가 조성된 백수 하사리 등도 허 씨의 보급으로 모두 대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역민들은 허 씨를 높은 소득작목인 대파를 이 지역에 제일 처음 보급시켜준 고마운 경상
도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허 씨는 “처음 영광을 방문했을 때는 주민들이 새로운 작목재배에 대한 관심도 열의도 없었다”며 “농사만 잘 지어놓으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파재배를 주변에 자꾸 권하며 설득했었다”고 지난 시절을 돌이켰다.

이처럼 대파의 보급과 정착을 위해 앞장선 그는 초기 5년간 대파작목반장을 맡아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의 대파재배는 계속 상승곡선을 타고 이어졌지만 허 씨의 대하양어장 경영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허 씨는 “대파는 노동력은 많이 들어도 다른 농작물에 비해 생명력이 좋고 실패가 적은 작물이다”며 “작황에 따라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출하가 이뤄지지만 가격에 욕심을 부리지말고 적정선에 대파상인과 거래를 하는 것이 요령이다”고 오랜 경험에 의한 거래방법을 밝혔다.

“영·호남의 지역감정 같은 선입견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인심이 넉넉한 곳이다”고 지역을 평가하는 허 씨 부부는 이제 영광사람이 다 됐다. 영광지역의 대파재배 정착을 위한
‘숨은 공로자’가 분명한 이들 부부는 지금 사는 터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여생을 정리하려 한다. 이젠 타인이 아닌 건강한 우리이웃의 모습으로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