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안추고는 도저히 배겨날 수 없어”

■ 고 공옥진 여사의 생전 어록

2012-07-13     영광21

“슬픔과 기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온다는데 내게는 고통만이 계속됐고 불행만이 겹쳐왔다. 누구든 사랑한다 싶으면 떠나갔고 내 가슴엔 한만이 응어리졌다. 그리고 가난은 끊이지 않앗다. 배고파서 죽을 것 같은 때가 많았다. 그래도 미친듯이 춤을 췄다. 곱사춤, 곰빼춤, 문둥이춤, 앉은뱅이춤, 외발춤, 오리춤 등 누가 가르쳐 줄 필요가 없었다.

내 조카가 곱사였고 내 남동생이 벙어리였고 그리고 고통을 겪다 죽은 내 아들 그리고 고생만 하는 내 딸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아프게 했고 신들리게 했다. 춤을 안 추고는 도저히 배겨날 수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없었다. 들썩거리며 춤을 추었다.

고통을 나 또한 같이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달려가서 보고 누가 굶고 있다고 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쌀을 사들고 달려가는 내 성격이 그때 내가 그토록 혹독하게 겪었기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일부 계층만 생각하는 예술보다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예술이 참 예술이라고 생각하다. 나는 소외받는 사람들은 항상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블로그 보약 발췌

 

故 공옥진 여사님을 그리며

정형택

한, 한이 맺히면
춤이 되나요

옷소매 두어번 걷어
주먹을 불끈 쥐면
왕방울 두 눈에 맺히시던 그 지독스런 한이여

무대와 관중석을 오르내리며
몸짓 손짓 하나하나에
조선의 한을 담아내시던
대한민국, 아니 세계의 어느 곳에도 없던
님의 춤 솜씨며 격조 높은 해학이며
그래서 대한민국이 웃고,
세계가 웃었소이다.
얼굴색 다른 콧대 높은 서쪽 사람들
배꼽잡게 하시던 그 웃음도
님의 한이었소
이제 그 한까지 훌쩍 가슴에 안고
승천의 길을 들었으니
이 땅엔 이젠 무엇이 남겠소. 무엇이 남겠소

눈물만 남겨 두고 가시는 님
손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