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간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늘 평화롭지!”
영월정경로당 / 영광읍
“이번 태풍으로 나락은 여물지 못한 채 고개 숙이고 고추는 바람에 다 떨어지는 등 밭농사도 엉망이어서 주민들이 여간 바쁘다”는 영광읍 신월2리 영월정경로당(회장 박래연).
화동 둔포 2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져 56가구에 100여명의 주민이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 영월정경로당 어르신들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그동안 애써 키워왔던 농작물의 피해가 예상돼 울상이기도 하지만 자연재해를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려는 손놀림이 역시 농사꾼이다.
영월정경로당을 이끌어 가는 박래연 노인회장은 신월2리 박래하 이장과 사촌형, 동생간으로 손발을 척척 맞춰 마을일은 논의하고 맡은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 더욱 믿음직하고 마을에서도 가족간의 정이 묻어난다.
박래연 회장은 “매년 백중때는 마을잔치를 성대히 열고 농사의 한 가운데에서 쉬어 가는데 올해는 태풍피해로 조촐하게나마 경로당에 모여 고기를 삶아 술잔을 기울이고 주민간 격려의 자리를 나눴다”며 “항상 마을일을 제 일처럼 챙기는 이장과 무슨 일이건 잘 따라주는 회원들이 있어 고맙다”고 밝혔다.
또 “영월정경로당이 화동과 둔포마을 중간에 위치해 양 마을간 중간역할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마을은 1970년대만 해도 지붕개량, 안길확장, 농로포장 등이 제일 잘 이뤄져 영광군에서 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 노인들만 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홍복순 어르신은 “그래도 이번 여름엔 에어컨이 노인들 건강챙기기에 한몫했다”며 “유난히 더웠던 터라 오고 가며 쉬어 가기도 하고 한낮 더위를 피하는 최고의 쉼터가 됐다”고 시원한 방을 살짝 자랑한다.
욕심없이 소박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있는 박래하 이장은 “여름에는 주로 연세가 있는 여자어르신들이 그리고 겨울에는 거의 모든 주민들이 경로당에 모여 함께 식사를 나누는 등 공동생활을 하며 예산상 부족할 때가 있지만 주민간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 있어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이에 반해 기나긴 겨울철만이라도 우리 마을에서도 운동교실이 실시됐으면 좋겠다”고 주민들의 애로점을 밝혔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져 힘들다는 요즘 “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마을은 아직 한번도 주민들간에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고 있으며 범죄없는 마을로 늘 평화롭지”라는 한 어르신의 말속에서 새삼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살갑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