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재배면적 25%가 수확도 못할 백수피해 직격탄
자식같은 논 갈아엎어 “실질적 보상위한 농작물 재해보상법 제정하라” 목소리 확산
■ 영광지역 농업피해 설상가상 지자체만으론 역부족
농민들이 태풍피해에 대한 정부당국의 형식적인 지원에 항의해 자식같은 벼를 갈아엎기 시작했다.
수확을 한달여 앞둔 논을 제손으로 갈아엎는 기막힌 현실앞에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지난 10일 백수 하사리에 있는 양모씨의 논에서는 영광지역을 비롯한 광주·전남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에 항의하는 논 갈아엎기 시위가 진행됐다. 1,200여평에 이르는 논은 순식간에 벌거숭이가 됐다.
현장에 참석한 농민들은 “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백수 흑수 황화현상으로 쭉정이만 건질 위기에 있지만 피해조사마저 조건을 따지며 많은 부분을 제외해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며 “가장 광범위한 피해를 입은 시설하우스 비닐파손은 아예 피해접수조차 되지 않고 현실성없는 복구비는 또 한번 분노하게 한다”고 성토했다.
현재 영광군이 파악한 농업 피해액은 9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해 농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백수피해는 복구비 기준이어서 실질적인 농업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광군 관내 벼 재배면적은 1만890㏊다. 이 가운데 백수피해를 본 논은 8,000㏊이고 해당 벼가 80% 이상 피해를 입어 아예 수확조차 하지 못한 백수피해 벼는 군 전체 재배면적의 4/1에 가까운 2,50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농작물 재해대책법’은 예전보다 가입품목이 확대되는 등 진전됐지만 벼를 갈아엎을 정도여야 후속 작물 대책을 세워주는 현행 법으로는 농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받고 있다.
현재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피해를 봤을 때 직접지원 내용은 대파대(수확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비용. ㏊당 220만원)와 농약대(㏊당 10만원)다. 대파대는 재해로 지금까지 기른 작물을 수확하기 어려울 때 다른 작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종묘비와 비료대를 지원하는 것이다. 또 농약을 뿌려 소생가능한 작물에 대해서는 농약대가 나간다.
대파대 220만원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 평당 계산하면 평당 730원에 해당한다. 1마지기당 건질 수 있는 비용이 14만6,000원인 셈이다. 이마저도 속사정은 지원이 50%, 융자 30%, 자부담 20%다. 때문에 농민들은 “재해대책법이란 것은 농민들에게 그야말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11일 군 집행부로부터 농업피해보고를 받은 군의회는 “피해농가가 보상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군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추진하고 백수 피해 벼는 별도수매 또는 조사료 활용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지만 문제는 지자체 별도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데 있다.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정부당국의 실질적인 대책마련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