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함 이송사건
백종홍의 선거 50년사
2002-11-30 영광21
선거 당일인 12월17일 오전 11시20분경 개표장 설치와 개표종사원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구로구청내 선관위 사무실에 있던 우편투표함을 개표종사원에 줄 간식과 함께 위원회 사무실에서 5km 떨어진 개표장인 구로구복지관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구로구청내의 제3투표소에서 투표과정을 감시 중이던 공정선거감시단원들과 투표하러 나온 시민들이 ‘부정투표함’이라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으로 투표함을 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로구을 선거관리위원회는 긴급 위원회의를 소집해 사태수습을 협의하는 과정중에 공정선거감시단소속 학생과 시민, 당원 등이 위원회 사무실에 난입해 책상과 캐비넷 등을 뒤져서 정당대리인 가인과정 등의 훼손에 대비해 보관하고 있던 잔여 투표용지와 국민투표에서 사용했던 기표용구 등을 꺼내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이송하려던 우편투표함이 부정투표임을 시인하도록 강요하면서 구로구청을 점거해 건물에 불을 지르고 농성을 벌이는 등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 사건이다.
구로구청에서 농성하고 있던 군중들을 경찰이 강제 해산시키고 군중들이 탈취했던 우편투표함을 회수하는 한편 농성자들 중에서 1,034명을 연행해 그 중 208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23명을 즉심에 회부, 531명은 훈방 조치했다.
이 때 강제해산 과정에서 시민 17명과 경찰관 39명 등 56명의 엄청난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때 참여한 대학생 중에는 지금도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이 있는 만큼, 군중심리를 앞세운 작은 오해가 실로 얼마나 큰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가져 왔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된 사건이다.
탈취된 우편투표함은 회수됐으나 부재자관련 서류가 모두 불타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개함하지 않고 무효처리됐으며, 지금도 봉함된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선거관리위원회 존립이유가 중립성․공정성 확보를 그 생명으로 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임이 덜 알려진 때라고 보기에는 발생규모로 보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