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 기념 시·수필 인터넷공모전 입상작

2012-10-29     영광21

상사화(꽃무릇)
- 당신께로 갈 것입니다 -

조미자/ 거제시

당신께로 갈 것입니다.
연두빛 목울음 길게 빼고
야윈 살 내려도
이제나 저제나
당신 그 자리 기다리심에.

그냥 저냥 초라하게
나서기는 싫습니다.
노을 보다 붉은 립스틱 바르고
마스카라 고대한듯 말아 올려서
인형같은 속눈썹도 붙일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습으로
세상에서 제일 우아한 품새로
다소곳이
당신을 향해 걸어가겠습니다.

엇갈린 운명에
빗나갈 지라도
오로지 당신만이
제 삶을 거두시기에
거룩한 그림자
묵묵히 따르렵니다.

 

상사화

최홍연/ 대전광역시

누가 알까 무서워
속으로 삭이는 눈물인가

부질없는 사랑, 저주받은 운명
하늘 향해 꽃대를 들어 올리고
속살에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시린 바람에 애절한 몸부림
갈래갈래 찢겨진 가슴이여

소쩍새 숨죽여 밤을 새우고
마디마디 절절한 그리움 울음에 담아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애타는 설움
천만번을 더 불러도 대답 없어

애통함에 응어리진 붉은 가슴
갈기갈기 찢겨 헝클어진 심사
아침 햇살에 맺힌 찬이슬이로세

고난과 설움, 애절한 그리움
서러움 삼키고 밤을 지새우며
한 줄 시어詩語로 하소연하는 삶

그리워 그리워도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
상사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너와 나의 슬픈 운명이여.

*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뜻으로 연인(남녀)간 만나지 못함을 표현함

 

불갑산 상사화
양영자/ 광주광역시

그리다
서로 등진
애증의 한 세월이

불갑산 산자락에

무더기로
붉게 피어

저 낮달
푸른 눈썹도
흥건하게
젖는다.

 

부처님 마음의 불갑산

이종탁/ 광주광역시

노령산맥 줄기에 불갑산이 존재하고
심오한 큰 뜻을 품은 각인된 연실봉
이곳은 자연이 표시한 사찰이라고
산세는 만자만卍 부처님 가슴이다.

맑은 산의 정상에 좌부좌를 틀어
마음을 비워 백팔 번뇌로 기원하면
참선의 경지에 천천히 입문하여
나도 몰래 해탈하는 경지이다.

시원한 산바람 슬며시 일렁이면
하산을 시작한 발걸음은 가볍고
구수재를 지나 동백골에 이르면
고찰 불갑사는 목탁소리로 반겨준다.

 

상사화의 노래

신웅빈/ 광주광역시

풀빛침대 위에 뜨거운 선혈이 피었다
길게 늘어뜨린 진홍빛 머리칼 휘날리면서
침대위에 누워 나눴던 사랑을 그리워하며
그리움의 노래를 머리카락에 담아 태운다
혹시라도 누가 그의 것인 머리칼을 탐하면
황금눈물을 쏟으며 춤추듯이 뿌리쳐낸다
그녀의 진홍빛 머리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것
그 한 사람을 위해 그녀는 모든 것을 태워가며
머리를 밝히고 목이 메이는 노래를 부르며 그를 기다렸다
열정의 황혼에서 기다린 것은 이미 시든 백발의 머리카락
아름다웠던 때를 그리며 눈물 흘리는 그녀 앞에 그가 돌아왔다
조용하게 감싸안은 팔을 부여잡고 저물며 또 다시 함께 침대에 누웠다
그녀가 처음으로 피어났던 때처럼.

 

불갑산

박영아/ 목포시

아무리 지우려 해도
더 선명하게
푸른 희망 하나
가슴에 담고
오늘도 우뚝 솟아올라
바다를 바라본다.

막힌 가슴 흔드는
맑은 공기 속에
큰 뜻을 품어 준
불갑산이 부르는 소리를
귀로 듣는다.

봄에는 연분홍 진달래로
가슴 흔들더니
가을 되어 상사화로
산속을 물들인
너를 다시 만난다.

파란 하늘 우러른
푸른 가슴속에
오늘도 찬바람이 데려온
손끝에 잡히지 않는
지난 시간을 만난다.

 

상사화

정진화/ 광주광역시

행여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까
잰걸음으로 왔지만
그리운 그대모습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서럽게
붉디 붉은
춤사위만
온 사방에 너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