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어르신 쉼터”
합산경로당<염산면>
겨울 칼바람이 유난히 매섭던 날 염산면 합산경로당(회장 배만식)을 찾았다.
문을 열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왁자지껄한 소리만 들려왔다. 가운데 거실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남자어르신들이 왼쪽은 여자어르신들이 각자 놀고 계셨다.
“같이 있으면 큰일나브러. 따로따로 놀아야제”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는 김순례(74) 어르신.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방마다 어르신들이 가득 앉아 TV를 보고 고스톱을 치는 등 발디딜 곳이 없다. 회원수가 70명이 넘고 70대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안은 밖의 날씨와 달리 뜨거운 활기가 넘쳤다.
합산경로당은 10년전 마을주민들이 조금씩 기부한 돈으로 땅을 마련해 건립됐다. 경로당을 들어서면 왼쪽 벽에 마을회관 희사금을 나무에 새겨 걸어놓았는데 소주 5병부터 100만원까지 빠트리지 않고 적어놓았다. 조그만 것이라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을사람들의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합산경로당의 최고 어른은 82세의 김순임 어르신이다. 적극적으로 같이 어울려 놀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항상 경로당에 온다고 한다.
이곳 어르신들의 하루 일과는 병원에 다녀오는 일로 시작한다. 병원비는 1,500원인데 물리치료까지 받으면 500원 추가된다고 한다.
어르신들에게는 500원도 큰돈이지만 물리치료를 받으면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물리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며 한 어르신이 어깨를 주무르고 팔을 들어 올리는 시늉에 모여있는 어르신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배를 잡고 쓰러진다.
“우리 마을에는 재미있는 사람천지여. 꽉꽉 다 들어차 있어”라는 한 어르신의 말처럼 마을 전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숨길 수 없었다.
배만식 회장(81)은 “다 좋은데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으면 좋겠고 설거지하는 기계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회비만으로는 넉넉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설거지는 좀 도와드리라는 말에 남자어르신들이 “여자들이 세번하면 우리도 한번 하겠다”고 마지 못해 약속하는 말에 웃음이 또 한번 터져 나온다.
이곳 여자어르신들은 예전에 개천에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했는데 요즘은 석달 반만에 1번씩 하는 행사로 영광읍으로 나와 목욕탕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염산우체국 앞에 새롭게 목욕탕을 짓고 있어 조만간 불편함이 해소될 거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문을 나서는 일행을 향해 “설거지 꼭 할께”라고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이는 어르신들. 담장을 넘어 들려오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합산경로당의 모습이 여전히 강렬하다.
박은희 기자 blesstoi@yg21.co.kr